"택시 대신 지하철 타라"…긴축경영 백태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2008.10.3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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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출장·회식 등 비용절감은 기본, 연월차 독려 등 다양

대기업 건설사에 다니는 최 대리는 최근 상사로부터 다소 뜻밖의 말을 들었다.

평소처럼 야근 뒤 택시비를 받으려는데 부서 운영비가 줄었다며 "가급적이면 지하철을 타고 가 달라"는 말을 들었던 것.

최 대리는 "사내 교육지원비가 줄어들고 신입사원 멘토링 비용이 줄었을 때는 '경기가 안 좋긴 안 좋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택시비까지 못 받으니 회사 경영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에 다니는 신 과장 또한 회사 긴축 경영을 생생히 체험하고 있다.

이 회사는 매년 가을 간부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오던 산악 수련회를 올해에는 전면 취소했다. 비용 2억여원을 줄이기 위해서다.



부서 회식비도 50% 삭감돼 예전에는 고급식당도 자주 찾았지만 요즘은 삼겹살집 등 회식장소도 '서민형'으로 바꿨다.

신 과장은 "매출은 줄어드는데 환율은 오르니 고정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회사라는 이름을 단 곳은 모두 비상경영에 나서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기업들이 '이런 것까지 손대나' 싶을 정도로 허리띠를 강하게 졸라매고 있다.


물값, 전기값을 줄이는 것은 기본이고 회식비, 교육훈련비를 깎는 회사가 부지기수다. 출장을 가급적 자제하되 피치 못할 때는 식대 등 최대한 비용을 아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사내 골프모임이 취소되는가 하면 직원들의 연월차 이용이 적극 권장되기도 한다.

보험사에 다니는 권 과장은 "그 동안에도 연월차를 적극 시행하라는 지침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유달리 이를 강조하고 있다"며 "한 해 수십억에 이르는 연월차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디스플레이 대기업에 다니는 미혼의 정 대리에는 비상경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지방 공장에서 생산관리를 맡고 있는 정 대리는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통에 최근 몇 년 동안 주말에 제대로 쉬어보질 못했는데 최근에는 상황이 바뀐 것.

그는 "부서회식도 1년에 1~2번이었고, 사생활도 거의 없었다"며 "그런데 최근 생산량이 줄면서 시간도 넉넉해져 그 동안 못 했던 연애사업에 몰두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한편에서는 '쓸 때는 써야 한다'며 예정된 직원 워크숍을 과감하게(?) 강행하는 회사도 눈에 띈다.

홍보대행업체 피알진의 허효청 대리는 "2주전 2박3일 제주도 직원 워크숍을 예정대로 다녀왔다"며 "어렵기는 마찬가지지만 다른 비용을 줄여서라도 직원 워크숍은 꼭 시행하겠다는 게 사장님의 뜻"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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