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혹한기를 이기는 생존 법칙

이건희 외부필자 2008.10.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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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의 행복투자

주식시장에서 장기 상승 추세가 오래 지속되다보면 초기에는 안 오르던 종목들도 거의 다 크게 오르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도 초기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인기지역에서 상승폭이 크고 비인기지역은 별로 오르지 않아서 상대적인 박탈감까지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결국은 비인기였던 지역도 인기 있는 투자지역으로 변하면서 크게 올랐습니다. 이 또한 주택시장의 장기 상승 추세가 지속되어서 나타난 결과였습니다.

이렇듯 어떤 시장이던지 장기상승이 지속되다보면 시장과 관계를 가지는 사람들 대부분이 결국에는 행복해지게 됩니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는 이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어떤 곳에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점점 확산되어집니다. 단순히 가격 부담에 의한 하락조정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면 무차별적인 하락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부동산시장, 주식시장, 원자재시장 등 실물에 관련되는 대부분의 시장이 돌아가면서 무너질 수 있음이 이번에 여실히 들어났습니다.

지금까지 증시에서 가장 비관적인 태도를 취했던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하단 지지선들까지도 무참히 깨고 내려갔습니다. 단기간의 하락 속도나 여러 가지 통계 데이터 상으로 대공황시기에 필적할 기록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반인이라면 투자자산 대부분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동산시장의 침체와 주식시장의 폭락으로 어디 하나 의지할 곳이 없는 셈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기관들이 다함께 행복하던 시절이 지나고 다함께 우울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럴 때 어디가 바닥일까 언제 회복할까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면 속 시원한 해결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머리만 지끈지끈 아프게 됩니다. 급등락이 반복될 때마다 가슴이 뛰고 일상생활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납니다. 요즘처럼 마음이 괴롭고 아플 때에는 “물 반잔의 법칙”을 떠올리면 좋습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에 제가 법칙이라고 이름 붙인 것입니다.)

“물 반잔의 법칙”이라 함은 똑같은 물 반잔을 바라보면서 마음가짐에 따라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물이 겨우 반잔 밖에 안 남았네”라고 하겠지만,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면 “그래도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즉 긍정적인 시각은 상황에 따라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관계없이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주식투자나 부동산투자에 대입시키자면 반토막 났을 때에 “절반 밖에 안 남았네 흑흑흑”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절반이나 남았네.”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과거를 어차피 되돌릴 수 없다면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향해 나가야하는데, 마음이 불안하고 심리적으로 괴로워할수록 냉정히 상황을 바라보면서 최선을 향해 나가기 힘들어집니다. 심지어 가족이 죽었을 때에 어쩌지 못하고 매일같이 그저 하염없이 울고만 있는 사람을 보고 “죽은 사람은 죽은 것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할 것 아니냐” 이런 충고를 흔히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미 날아간 반토막은 날아간 것이고, 남아있는 반토막으로 다시 출발해야할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잘못이 아니면서도 얼마든지 불행한 일을 당할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죽어갈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며 있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살아날 수 있을까에 집중해야합니다.

실제로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했을 때에는 으레 그렇게 합니다. 암에 걸렸을 때 자살하는 사람 드물고, 사고로 불구되었다고 자살하는 사람 드뭅니다. 팔이 썩어 들어가는 병에 걸렸을 때 그냥 있으면 가슴까지 썩어 들어갈 우려가 있다면 팔을 잘라내면서라도 살아가는 것이고, 한쪽 눈이 실명했으면 잠시 슬퍼하더라도 곧바로 일어나서 다른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길을 모색합니다.

육체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사라져도 남아있는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집중하듯이, 목숨처럼 소중한 돈과 재산의 상당부분이 사라졌다하더라도 고통 속에 머물고 있기보다는 남아있는 돈을 종자돈으로 여기고 다시 살아가는데 마음을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무기를 가지고 하는 전쟁이 가끔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지금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러한 전쟁은 많이 줄어들었고 돈의 전쟁으로, 즉 금융세계를 통해서 일어나는 전쟁이 가끔 사람들을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만듭니다. 총칼로 싸우는 전쟁에서는 무기에 의해서 사람들이 죽지만 돈에 관련한 전쟁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죽기까지 합니다.

투자에 실패하거나 사업에 실패하여 돈을 날린 뒤에 자살한 사람의 보도가 가끔 나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그런 보도는 나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런 보도를 통해서, 자신이 그런 일을 당해도 자살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사람들이 가지게 될 확률보다는 비슷한 일을 당하면 자살하게 되는 심리가 구축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하루 평균 자살로 죽어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상황에서 개인적인 죽음을 일일이 보도해야할 당위성도 없는 것입니다.

폭락장이 그나마 이 정도에서라도 완전히 멈추면 다행이지만 만의 하나라도 반등 후 재차 하락이 반복되면서 헷갈리게 만들면 심리적으로 더욱 힘들어집니다. 더욱이 혹시라도 실물 경제로의 파급효과가 길게 이어지면서 시장이 장기 하락으로까지 간다면 사라지는 돈과 재산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더 크게 늘어날 우려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IMF와도 다르게 워낙 거대한 국가인 미국을 중심으로 생겨난 금융위기로서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파생상품의 확산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라서 위험의 깊이와 폭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는 것 같습니다.

파생상품에 대해서 워렌 버핏은 "파생상품은 엄청난 파괴를 몰고 올 수 있는 금융무기라고 했었고, 조지 소로스는 구조를 이해하기 힘든 파생상품은 지나친 사용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었으며, 1970년대 뉴욕 금융위기 구제를 주도했던 펠릭스 로해타인은 파생상품을 잠재적인 수소폭탄이라고까지 표현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파생상품을 그린스펀은 탈규체 정책을 통하여 성장시켜오면서 파생상품이 금융시장의 지속적인 팽창을 이루어내리라 전망했었습니다.



그러한 그린스펀이기에 미국의 주택경기가 내년 상반기에 회복을 시작하여 시장도 신용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을 지금 내놓았어도 사람들이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떤 국가에서든지 성장 지상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해서 실망하고 배반당했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이러한 신뢰의 상실을 치유하여 신뢰를 회복해가는 것이 대규모로 돈을 투여하는 것 이상으로 본질적으로는 더 중요한 과제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상황으로 생겨난 문제라면 스스로 극복해가겠다는 의지를 좀 더 쉽게 가질 수 있지만 거대한 금융세계, 미국에서 출발하여 전 세계로 번져나간 문제라서 언론에 보도되는 수많은 기사들을 보면서 더더욱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저평가된 것에 대한 가치투자를 지향해온 사람들조차도 저평가 수준을 넘어서서 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초저평가 수준으로까지 하락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거품으로 오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매수하였던 사람이 아니고 저평가 된 것을 선호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느낌도 드는 상황입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입니다.



그렇다고 세상 돌아가는데 있어서 올바른 원칙이 특별히 존재하는 것도 아닌 이상, 세상에 대응하여 스스로 생존의 법칙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존의 법칙 중 제1법칙을 “물 반잔의 법칙”으로 여길 수도 있는 것입니다. 불안감과 괴로움에 얽매이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인드 컨트롤이 되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잃어버린 것에 마음이 쏠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남아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다시 새로운 출발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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