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유동성에 무슨 문제 있었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이새누리 기자 2008.10.0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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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문제 해소" 이례적 언급

"증권업계의 유동성 악화 가능성은 없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1일 한 포럼에서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유동성 문제가 해소됐다고 못을 박았지만 당국이 증권사의 자금사정을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증권사에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 걸까.

금융계에 따르면 발단은 추석 연휴 막바지인 9월15일 세계 4위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이었다. 같은 날 메릴린치가 아메리카오브뱅크(BOA)로 넘어가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후폭풍을 겪었다.
 
무엇보다 리먼 관련 위험노출자산(익스포저)이 악재로 작용했다. 리먼에 대한 11개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익스포저는 1055억원에 달했다. 리먼이 발행하고 보증을 선 신용연계 채권을 기초로 만든 자산유동화증권(ABS)에 투자한 증권사도 있었다.



증권사들은 이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고 단기자금(콜자금) 조달난에 직면했다. 증권사들은 통상 콜시장에서 하루에 7조~9조원 정도를 조달하고, 그 대부분은 자산운용사가 제공한다.

그런데 리먼사태 직후인 16∼18일 자산운용사들이 콜시장에서 자금을 빼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19일 한국은행이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콜자금을 방출했다. 증권사의 자금수요 파악에 나선 증권금융도 1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계획을 세웠고, 이 중 1조2000억원이 증권사에 공급됐다.



이후 대형 증권사는 콜자금 조달이 원활해졌지만 소형 증권사의 어려움은 가시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9월말 3분기 결산일이 돌아오자 은행들은 자금회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보통 은행들은 분기 결산을 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신경을 쓴다.

금융계 관계자는 "콜자금의 주요 공급자인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 대신 은행으로 자금을 돌렸고, 증권사들의 유동성은 더욱 악화됐다"며 "여기에다 금융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증권사들이 다른 곳에서 자금을 차입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단기자금을 빌려주던 은행들마저 등을 돌리자 중소형 증권사들의 콜자금 조달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이들은 결국 증권금융에 지원요청을 했고, 증권금융은 2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증권사들도 콜자금 수요를 줄이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강구했다. 현재 4조원 정도로 콜 수요가 줄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은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공채 및 회사채, 은행채 등을 매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콜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동성 우려가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다각적인 경로로 어려움을 해소했을 뿐 아니라 월말 요인까지 넘겨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당국의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는 게 금융계 시각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현재 대형증권사는 콜자금에서 숨통이 트였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아직 문제가 남아있다"며 "신용경색 현상이 지속되면 증권사의 유동성 문제가 되살아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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