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리더십 '외유내강'서 '외강내유'로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08.10.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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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당론 취합, 정쟁국감 野엔 단호대처...당내 '홍준표 사퇴론' 잠복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요즘 속이 썩 편치 않다. 자신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많은 말이 오갔고 못지않게 많은 일이 일어난 탓이다. 지난 8월 중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가 불거진 이후이니 벌써 두 달 가까이 속앓이가 계속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취임한 후 '외유내강'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촛불정국이란 혼란의 와중에 172석 거대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에 올라 국회 원구성을 진두지휘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흐뜨러진 당내 기강을 바로잡고 여권 내부의 결속력을 높이는 게 필요했다. 7월 전당대회 이전까지 사실상 공석이던 당 대표의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다. 그래서 당내에선 '강력한 리더십'에 방점을 찍었다.

당밖에선 달랐다. 국회 문을 열기 위해 양보와 타협에 중점을 뒀다. '야성'으로 맞서며 등원을 거부했던 민주당을 어르고 달래야 했기 때문이다. "강물에 배만 띄우면 순항한다"는 논리도 그렇게 나왔다. 대야 강경책보다 협상을 통한 개원 우선 논리를 폈다.



홍준표 리더십 '외유내강'서 '외강내유'로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외유내강'의 리더십은 홍 원내대표에게 독이 되어 돌아왔다. "혼자 너무 독주한다"는 당내 저항에 직면했다. 홍 원내대표가 주도한 상임위원장 배분 결과에 일부 의원들이 반발, 결국 당내 경선까지 치르게 됐던 사례가 단적인 예다.

"야당에 다 내주고 얻은 건 하나도 없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지난 9월초 추가경정예산안의 추석 전 처리 무산은 결정타였다. 당장 '사퇴' 압박이 쏟아졌다. '홍준표 사퇴론'을 편 친이 직계 의원들의 입에선 "'워밍업'(국회 개원전) 땐 큰 소리치더니 정작 '본게임'(개원후)에서 헛발질한다"는 독설까지 나왔다.

가까스로 '재신임'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최근엔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대해 '수정론'을 고수하다 박희태 대표로부터 쓴소리를 들었다. "개인적 의견을 당론처럼 비치게 해선 안 된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홍 원내대표는 정부의 종부세 입법예고안을 일단 수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당내에선 종부세 개편안 당론 결정 과정을 볼 때, 홍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외강내유'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인 독주형 고집을 꺾고 여론조사와 의원총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따랐다는 점에서다. "야권의 정쟁국감 시도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며 단호한 대처를 강조하고 있는 점도 다분히 당내 비판 여론을 감안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홍 원내대표의 이 같은 변신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련의 계절'이 쉽게 끝날 것 같진 않다. 당내에선 여전히 '홍준표 비토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의원은 홍 원내대표의 책임론이 수그러든 최근 기자와 만나 "추경안과 종부세 처리 과정에서 원내대표단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연히 드러났다"며 "정기국회가 끝나기 전에 홍 원내대표는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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