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 이후를 준비하려면

김홍일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성공회 사제) 2008.10.0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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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머니칼럼]안전한 먹거리를 만드는 기업 육성법

멜라민 파동 이후를 준비하려면


한국이 멜라민 파동으로 온통 술렁이고 있을 때, 나는 도쿄의 유기농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일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둘러보고 ‘일본 사회적기업연구회’와 ‘한국사회적경제연구회’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한일 사회적기업 심포지엄’ 발표를 위해 일본을 방문한 첫 날 저녁이었다.

일행이 묶을 게스트하우스로 찾아 온 릿쿄 대학의 마미 겜바씨는 식사를 하는 동안 내내 일본열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멜라민 파동에 대한 이야기를 열띤 어조로 설명했다. 한국에서 멜라민과 관련한 언론보도를 접하지 못하고 출발한 까닭에 식사를 함께 하던 우리 측 일행은 멜라민과 관련한 그녀의 이야기를 ‘멜라닌 색소’로 오해한 채 듣고 있었다.



식량 자급률이 40%인 일본은 나머지 농산물의 대부분을 중국과 베트남 등지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겜바 씨는 유제품 관련 제품만이 아니라 수입쌀, 특히 공업용 쌀로 인해 멜라민이 과자류는 물론 주류 등 온갖 제품에 함유되어 일본열도와 국민을 식품안전에 대한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전했다.

이튿날 아침 통역을 도왔던 사람이 일본 조간신문을 읽고 난 후에야 겜바 씨의 이야기가 멜라닌 색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멜라민이라는 화학제품이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고, 나는 그 날 저녁 메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멜라민 공포가 한국에 상륙하였다는 소식을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 다음 날 오후 우리가 방문한 단체는 도쿄 신주큐 근처에 위치한 ‘21세기 생협연구센터’였다. 안전한 먹거리 운동을 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 30년 동안 매주 65만 명의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사업체로 성장했다.

일본 전역에 2000만 명이 넘는 회원과 유통체계를 중심으로 일본생협은 유기농 먹거리의 유통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인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안전한 먹거리의 생산과 가공, 판매를 담당하는 다양한 워커즈 콜렉티브들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21세기 생협 연구센터는 이 과정에서 현장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쇠고기 수입문제로 촛불이 거리와 광장을 가득 메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보다 훨씬 치명적인 멜라민이 함유된 식품과 관련하여 국민들이 또 다시 겪어야 할 먹거리를 둘러싼 걱정과 근심을 생각하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떠오른다.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먹거리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온 정부의 책임도 물어야 하겠지만 먹거리를 단지 ‘상품’이라는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상혼(商魂)은 물론이고 싸다면 무엇이고 좋다는 얄팍한 소비자들의 시민의식이 이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시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러나 먹거리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있는 소통의 단절과 고립일 것이다. 누가 먹을지 모르는 농산물을 그저 팔기 위해 경작하는 생산자,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모르고 그저 먹기 위해 구입하는 소비자들 사이에 있는 소통의 단절, 그 단절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기업의 이윤과 도덕적 불감. 이것이 이번 멜라민 파동의 실체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기업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생협과 워커즈콜렉티브는 물론이고 유럽의 먹거리 관련 사회적기업은 이윤의 추구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의 제공을 우선적 목적으로 설정한다. 생산과 소비, 유통 사이에 이해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소통을 일으킨다. 생산자와 소비자와 유통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업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을 통하여 안전한 먹거리 문화의 정착과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2000만명의 생협회원과 다양한 워커즈콜렉티브들이 활동하고 있는 일본에 비하여 생협 회원이 30만 명인 한국은 먹거리 문제 해결을 위해 하여야 할 일이 많은 나라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회적기업’ 이라는 혁신적 해결책을 두고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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