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에게 속아 회장 돈 떼이자 살인청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8.09.24 16:50
글자크기

(상보)경찰, 폭력배 등 7명 검거 5명 구속

회장의 개인자금을 관리하던 한 대기업 직원이 조직폭력배의 꾐에 넘어가 거액의 회장 개인 돈을 몰래 유용했다가 사기를 당하자 살인을 청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대기업 C사 회장의 개인 돈을 몰래 빼내 조직폭력배에게 빌려줬다 돌려받지 못하자 또 다른 폭력배들에게 채무자 살해를 청부한 혐의(살인교사 등)로 이 업체 전 직원 이모(40)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C사에서 회장 개인자금 관리책임자(부장급)로 근무하던 이씨는 지난 2006년 중순 "사채업과 마떼기(사설경마), 재개발 분양 홍보사업 등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조직폭력배 박모(38)씨의 꼬임에 넘어가 같은 해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회장 개인자금 180억원을 몰래 빼내 투자금 명목으로 박씨에게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박씨가 빌려간 돈 가운데 80억원을 갚지 않자 지난해 5월과 6월 정모(37)씨 등 2명의 폭력배들에게 2차례에 걸쳐 박씨 살해를 청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폭력배 박씨는 이씨와 평소 친분이 있던 연예기획사 대표 안모(41)씨로부터 이씨가 거액을 운용한다는 말을 전해 듣고 의도적으로 이씨에게 접근해 돈을 가로챈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로부터 살인을 부탁받은 정씨는 친구 등 2명과 함께 지난해 5월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오토바이 '퍽치기'를 위장해 둔기로 박씨의 머리를 때려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그러자 이씨는 또 다른 폭력배 윤모(39)씨에게 재차 박씨 살해를 청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 또한 지난해 7월 친구와 함께 박씨를 납치,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에 감금했으나 살해하지 못했으며 정씨와 윤씨 등은 범행에 실패한 뒤 도리어 이씨에게 "살인 청부 사실을 폭로 하겠다"며 협박, 이씨로부터 11억8000만원을 뜯어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씨도 정씨 등과 같은 수법으로 이씨를 협박, 4000만원을 더 뜯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에게 거액을 빌려 가로챈 박씨와 박씨를 납치·감금하고 폭력을 휘두른 정씨 등 폭력배 4명을 사기 또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최근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씨에 대해서는 보강조사를 벌인 뒤 조만간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은 C사 측이 회장 개인자금을 차명계좌를 이용해 관리해 온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이 부정한 방법으로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C사로부터 관련 회계장부 등을 넘겨받아 자세한 자금 조성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C사 측은 "회장 개인자금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차명계좌로 관리해왔고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