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린벨트 해제 예상지 가보니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08.09.2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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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과천동 및 고양시 행신동 "매물없어 한산한 분위기"

↑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그린벨트 지역 전경. 화훼용 비닐하우스들이 수십동 설치돼 있고, 일부지역에서는 농사를 짓고 있다.↑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그린벨트 지역 전경. 화훼용 비닐하우스들이 수십동 설치돼 있고, 일부지역에서는 농사를 짓고 있다.


정부의 9·19부동산대책과 관련,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예상 지역 1순위로 꼽히는 경기도 과천시 과천동 일대.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그린벨트 해제 예상 지역이라는 호재에도 불구, 한산한 분위기였다.

22일 오전 과천시 과천동 지하철4호선 선바위역 인근 도로 양 옆에는 화훼용 비닐하우스들과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늘어서 있었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중개업소가 4개나 있었다.



이날 오전 이들 중개업소에는 몇건의 문의 전화만 왔을 뿐 직접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부동산 거래는 없었다. 선바위역 인근 K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계획이 발표되자 땅 주인들이 매물을 거의 거둬들였다"며 "지난주 발표가 나온 이후 이쪽 땅을 찾는 전화 문의가 있었지만 매물이 없어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과천시는 33㎢가 그린벨트로 묶여 있으며, 과천동은 거의 모든 지역이 이에 해당된다. 과천동 그린벨트 지역 땅값은 3.3㎡당 평균 250만~300만원선이다. 입지여건에 따라 가격차가 있지만 대로변 땅의 호가는 3.3㎡당 600만원에 형성돼 있다. 대로변 땅을 제외하고 최근 시세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거래는 없지만 지난주부터 전화 문의가 이어지자 집주인들은 호가를 조금씩 높일 조짐이다. 선바위역 주변 자신의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김일주(가명, 59세)씨는 "이곳에 땅 가진 사람들은 급할 게 없기 때문에 땅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정부가 정확한 해제 지역을 발표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바위역 인근 농지나 상가 세입자들은 이 지역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Y화훼농원을 운영하는 문정희(가명, 40세)씨는 "다른 사람 땅에 화훼용 비닐하우스를 짓고 장사를 하고 있는 나 같은 경우 갑자기 그린벨트가 풀리면 갈 곳이 없다"며 "세입자들을 위한 생계대책을 마련한 후에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기도 고양시 행신3동 일대에 설치된 개발제한구역 표지석.↑ 경기도 고양시 행신3동 일대에 설치된 개발제한구역 표지석.
과천시 과천동과 더불어 유력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는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일대도 과천동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매물을 찾는 문의 전화가 늘고 있지만, 땅 주인들이 매물을 거의 회수해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지역은 전체 면적의 50%인 134㎢가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고양시 행신동 햇빛마을 19단지 인근 도로 주변에는 '개발제한구역'을 알리는 표지석이 10m 간격으로 세워져 있었다.

서울로 향하는 '강매-원흥'간 도로 주변 '주공 휴먼시아' 아파트 벽면에는 입주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서울은 물론 고양시 도심과 가까워 주거지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행신동 그린벨트 땅의 호가는 3.3㎡당 평균 100만~150만원선이었고, 도로변은 3.3㎡당 300만원선까지 형성돼 있다. 이 가격은 지난 8월에 비해 20~30% 정도 오른 수준이다.

인근 R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직접 서민용 주택을 짓기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한다고 한 이상, 해제 지역 땅을 산다고 해도 예전처럼 시세 차익을 많이 얻지 못할 것"이라며 "땅 주인들이나 매수 희망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땅값 상승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일대 그린벨트 지역. 그린벨트 지역내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눈에 띈다.↑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 일대 그린벨트 지역. 그린벨트 지역내에 부동산 중개업소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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