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원화하락에 배팅할까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2008.09.0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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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상황, 투기세력 관심 끌기에 충분해"

헤지펀드, 원화하락에 배팅할까


원/달러 환율이 1일 장중 1100원을 돌파하며 외환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관여했던 헤지펀드들이 원화하락에 배팅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단기외채가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다"며 "차익거래를 위한 외국인 채권투자가 급증하고 조선사와 투신사의 환헤지 수요가 주원인이지만 외환위기때의 대출구조 역시 증가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97년 당시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조달이 민간부문의 장기대출로 이어지던 구조가 최근에도 비슷하게 진행돼 국민총생산(GDP) 대비 민간 부문 부채는 1분기 현재 173% 수준으로 97년 160%보다 높아졌다.

이 연구원은 "경기둔화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자본투자 효율성이 하락하면서 부실채권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며 "이러한 신호가 포착되면 헤지펀드의 원화하락 베팅이 시작될 개연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의 자본투자 효율이 양호한 상태여서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외환보유고의 감소 등 부정적 시그널이 노출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첫번째 시그널은 대외채무 대비 가용 외환보유고의 감소로 2004년 4분기 11.5에서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환율방어를 위해 보유고를 소진하면 투기세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9월에 만기도래하는 외국인 채권이 약 6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차익거래로 재진입 여건이 충분함에도 빠져나갈 경우 금리와 환율 추가상승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몇몇 대기업이 자본잠식이나 파산에 이를 경우가 마지막 신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지펀드, 원화하락에 배팅할까
한편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에서 단기 저리로 자본을 끌어와 국내에서 높은 이자에 장기로 대출하는 것이 성행했는데 이는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버블붕괴와 더불어 통화가치 급락으로 이어졌다.

특히 이같은 현상이 극명하게 벌어진 태국은 증시가 75% 폭락하고 바트화가 50% 이상 하락했고 대표적인 투기세력으로 꼽히는 헤지펀드 퀀텀펀드는 바트화 하락에 배팅해 97년 7월에만 11.4%의 수익을 거뒀다.
헤지펀드, 원화하락에 배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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