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단순하다. 우량주들이 장기로 믿고 투자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표 우량주들이 업종별로 순차적으로 추락하면서 이제는 믿을만한 종목들이 사라졌다. 금융·조선·건설·전기전자·철강 등 업종이 돌아가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들 주도업종 이외에도 대부분의 업종이 두들겨 맞은 상황이 돼 버렸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증권사들은 파괴력이 큰 '리포트'들을 내면서 공세를 펼쳤다. 때마침 한국시장에서 허용해 준 '공매도'는 외인들에게 무기 하나를 더 쥐어준 셈이 됐다.
"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한국시장에서는 경험적으로 1년전 빠진 업종에 투자하면 오릅니다"
지난해말 한국시장에서 오랜 시간 주식부문을 담당해온 장영우 UBS증권 대표가 한 말이다. 장 대표는 조선주보다는 1년전에 비해 많이 하락한 IT와 자동차주를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현대중공업 (193,900원 ▼100 -0.05%)이 55만원까지 치솟는 등 조선주가 끝 모를 활황세를 보이고 있던 터라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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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은 현대중공업이 55만원을 터치한 11월9일을 정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외국계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공매도를 포함한 매도 물량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현대중공업은 큰 반등 없이 22만원대로 떨어졌다.
POSCO (311,500원 ▼8,500 -2.66%)를 필두로 한 철강금속 업종도 외인들의 매도공세가 시작되면서 지난해 10월을 정점으로 무너졌다. 건설업종도 11월부터 지속적으로 추락했다.
대신 지난해 말 애물단지였던 IT업종이 올해 3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5월에 고점을 형성했다. 지난해말 50만원을 간신히 지켰던 삼성전자 (55,000원 ▼2,000 -3.51%)는 5월말 76만4000원이라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장 대표 말대로 현대차 (211,000원 ▲7,500 +3.69%)도 올 들어 삼성전자와 함께 반등하면서 5월에는 52주 신고가를 9만1400으로 갈아치웠다. 조선주보다 매를 먼저 맞으며 지난해 7월부터 하락했던 금융업종도 5월에 큰 폭의 반등을 연출했다.
그러나 8월 현재 전기전자·철강·조선·건설·금융 업종 모두 동반추락했다. 삼성전자는 51만원대, 현대차는 7만원대, 현대중공업은 23만원대, POSCO는 47만원대 주가로 모두 52주 신저가 부근에 육박했다.
지난달부터는 인수합병(M&A)등으로 몸집을 키워온 한화 (28,950원 ▼150 -0.52%), 두산 (234,000원 ▼500 -0.21%), CJ (96,700원 ▼6,100 -5.93%), 금호 등 중견그룹사들이 일제히 두들겨 맞았다. 29일에는 메릴린치,CLSA,노무라 등 외국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정적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두산 (234,000원 ▼500 -0.21%)그룹이 하한가로 추락했다.
◇"물 마른 저수지 속 물고기 신세"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시장에 더 매를 맞을 만한 대표업종도 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시장의 현실을 '저수지론'에 빗대 설명했다. 평온해 보이는 저수지가 물이 마르면 울퉁불퉁한 바닥을 드러내는데, 이제 그 바닥이 다 드러났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저수지에 사는 물고기들은 물이 빠지면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하지만, 물이 계속 빠지면 결국에는 바닥이 드러난다"며 "지금 한국증시는 저수지 깊은 곳의 가장 밑바닥까지 보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도 "주도업종도, 주도주도 없다"며 "대세하락국면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정 부장은 "방어주 모색 역시 뭐가 덜 빠지는가의 문제"라며 "냉정하게 볼 때 대세하락장에서는 현금보유가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