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폐합기관 "예견" 반응 속 물밑 주도권 경쟁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8.08.2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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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6일 32개 산하 기관을 통·폐합하고 7개 기관의 기능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제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안을 내놨다. 일부 폐지가 확정된 기관들을 제외하고 통합 대상이 된 기관들은 이미 예견돼 왔던 것이라며 크게 동요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이들 기관들도 향후 통폐합 등의 과정에서 최대한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게 하기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

먼저 지식경제부 산하 연구개발(R&D) 지원기관들을 당초 12개를 2~3개로 통합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합 대상 기관이 8개로 줄고 통합 후 기관은 4개로 늘었다. 예상보다는 구조조정 수위가 많이 내려갔지만 대상이 된 기관들은 구체적인 기능 조정과 관련해 정부의 방침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 기관 관계자는 "기관 통폐합은 이미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큰 반발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통폐합 과정에서 기관의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을지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당장 관리 기능이 통합되면 어느 정도의 조직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통합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신경전이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관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별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기싸움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통폐합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 과정에서 주고 받는 것을 어떻게 유리하게 할 것인지, 미세 조정 과정에 우리 쪽에 득이 되게 힘을 모으자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통폐합은 아니지만 핵심 사업 부문을 떼어내게 된 업체들의 경우 오히려 정부 방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번에 기능 조정 대상 기관으로 지정돼 R&D 기능을 이관하게 된 기관 관계자는 "업종별로 R&D의 성격이 다른데도 이를 하나로 묶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R&D를 통한 업체 지원 없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폐지가 확정된 기관들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정리금융공사와 한국노동교육원, 코레일에드컴에 소속된 임직원들만 163명으로 정부의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남석현 노동교육원 원장은 "아무래도 독립기관으로 있을 때보다 기능이 축소될 것이지만 그 기능은 발전적으로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직원들은 당연히 동요하고 있지만 인원 구조조정만 없다면 그 취지를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로 만들어질 기관의 기관장 선임 과정에서는 한바탕 회오리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산업기술평가원, 한국산업기술재단, 부품소재산업진흥원 등은 기관장이 지난 6월 말 취임해 불과 2개월 남짓 임기가 진행된 상황이지만 통합 이후 다시 기관장을 선임해야 한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인선이 재공모까지 가는 진통 끝에 마무리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산하단체들이 또한번 기관장 인사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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