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1990년대까지의 우리나라나 최근의 중국, 스웨덴, 핀란드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과거 우리나라는 공장 하나 세우는데 200여개 기관에서 300여개의 인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계속 공장이 세워졌고 8~9%의 성장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라는게 한 부분만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규제 자체보다는 경제 전체의 활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개입이 많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며 "정부 개입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의 경우 국가의 총 연구개발 투자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이상인 반면 유럽은 30% 정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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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미국은 이처럼 엄청난 연구개발비 지원을 통해 어느 나라보다 교묘하게 산업정책을 하고 있다"며 "미국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산업정책을 안하는 게 국제 기준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또 제대로 된 복지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은 복지병 때문에 경제가 잘 안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복지 지출이 가장 높은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이 고성장하고 있다"며 "복지국가는 자동차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 경제가 속도를 낼 수 있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시속 120km씩 달릴 수 있다는 것.
그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좋은 인재들이 의대나 법대로 몰리는 것은 고용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며 "우리도 제대로 된 브레이크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선진국이 되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우리가 최고로 생각하는 미국 모델은 사실 그렇게 뛰어난 모델이 아니며 높은 불평등도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우리 조건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유럽 모델이 우리에게 더 맞는 부분이 많다"며 "다만 어떤 모델에서 어떤 것을 따오더라도 우선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2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우리는 선진국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