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아시아의 힘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8.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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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문제가 핵심…올림픽 폐막후 중국정책도 변수

코스피지수가 1540선을 회복했다. 미증시가 연일 하락하면서 1500선이 위태로울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외국인이 이날도 4262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지수선물도 사흘째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아시아증시가 일제히 반등하면서 뉴욕발 악재를 말끔히 털어냈다.

코스닥지수가 9일째 지속된 외인 순매도와 대장주인 NHN (159,900원 ▼700 -0.44%)의 몰락으로 연저점을 경신했지만 코스피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홍콩과 싱가포르 증시는 장초반 이틀째 연저점을 경신한 뒤 상승세로 돌아섰고, 주초 5% 급락하면서 연저점을 갈아치움과 동시에 글로벌 증시에 타격을 가했던 중국 증시는 7%나 급등했다.



대만증시에서 외국인은 이날도 2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6일간 총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주식 매도공세를 펼쳤으나 가권지수는 이틀째 양봉을 만들어냈다.

전날에 이어 장초반 1520대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가 1540선을 회복 마감하면서 1530선이 강력한 하방경직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미국 증시만 뜬다면 움츠렸던 투자심리가 살아날 여지가 높아졌다.



지수선물 미결제약정이 5일째 증가하면서 11만3956계약에 이르렀다. 연최대치 도달은 증시 방향성의 변곡점을 의미해왔기 때문에 향후 주가 상승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금융주가 회복세를 보인다면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뿜어내는 에너지가 코스피 1600선 회복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우려가 미증시 하락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쪽에 무게를 뒀다.


곽병열 대신증권 연구원은 "월요일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20% 넘게 폭락한 것은 공매도 제한조치가 풀린데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이들 모기지 기관이 자본확충에 실패해 심각한 지경에 처했다면 주가가 연일 크게 떨어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 금융위기가 단칼에 해결될 일이 아니고 잠복된 문제가 수시로 터지면서 증시에 위협을 가해겠지만 시스템 위기가 아니라면 이들 모기지업체에 공적자금이 투입된다고 해도 새로운 악재로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1500선이 지지된다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위쪽 상한을 1650∼1700선으로 두는 박스권이 설정되는 셈이다. 비관론자들도 당장 1500선 붕괴를 얘기하지 않는 것에 비추어 추석 전까지는 증시가 박스권을 맴도는 등락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변동성이 워낙 큰 상태기 때문에 150∼200p의 박스내 등락이라도 대응이 만만치 않다는 문제가 생긴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주가 뿐만 아니라 환율, 채권 등 모든 시장에서 변동성이 높기 때문에 하루하루의 장세를 갖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올림픽 폐막이후 중국 정부가 실제 부양책을 어떻게 쓰는지 지켜본 뒤에야 추세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중 부장은 "미국 부동산 가격이 2차 하락국면을 맞게 된다면 미증시에 대한 기대는 물론 글로벌증시 전체를 포기해야겠지만 최근 부동산지표의 한계하락률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면 미국 문제는 정리단계"라고 판단하면서 관건은 중국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생산과 소비는 물론 이동 통제까지 했기 때문에 8월 지표가 나오는 9월까지 큰 기대는 말아야 한다"면서 "중국 정부가 증시와 경기 부양책을 강구한다면 중국 경제와 증시가 살아날 수 있고 이는 한국 수출주에 대한 호재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림픽 폐막까지 남은 거래일은 이제 이틀이다. 이틀간 미국과 중국 증시가 반등세를 유지하면서 코스피 1500선에 대한 바닥 인식이 확고해진다면 1600선 회복의 꿈을 다시 이룰 날이 머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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