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임원' 돈도 빽도 없이 어떻게?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8.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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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세계]온라인 중등교육업체 박철우 하이퍼센트 대표

학벌 인맥 돈 없이 실력과 노력만으로 서른살에 대기업 이사가 돼 이목을 끌었던 사람이 있다. 이러닝계 전문가로 손꼽히는 온라인 중등교육업체 하이퍼센트 박철우(34·사진) 대표다.

'30대 임원' 돈도 빽도 없이 어떻게?


박 대표는 토익은 쳐본 적도 없고 오랫동안 고시공부를 하느라 학점도 엉망이었을 정도로 구직자로선 최악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공인회계사 시험에서 줄줄이 4번을 떨어졌어요. 취직하려고보니 세상물정도 모르고 할 줄 아는게 없더라고요."



심각한 컴맹이었던 그는 취직을 위해 1999년 책을 사들고 나모와 포토샵 프로그램을 배우기 시작했다. "실패를 겪다보니 '내 인생은 왜 이렇게 꼬였나'싶기도 하고 부끄럽고 위축됐었죠.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잠도 안자고 틀어박혀서 공부했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던 끈기로 그는 컴퓨터에 빠져들었다. 홈페이지 하나를 뚝딱 만들 정도가 되자 그는 국내 최초로 과외 연결 사이트를 만들었다. 용돈을 벌 생각으로 만들었던 이 사이트는 3달만에 3000여 명의 회원들을 끌어모았고 한달에 1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졸업 무렵 1억원을 모은 그는 꿈을 크게 키웠다. 이러닝 사이트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 그는 촬영기법과 방송기술을 익혔다. "경쟁사 분석자료와 사업계획서만 달랑 들고 상경해선 택시기사에게 무작정 '대치동으로 가자'고 했어요. 유명 학원강사들을 쫓아다니면서 동영상 강의를 찍자고 했죠."

부산 사투리를 쓰는 이 어수룩한 젊은 청년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는 강사는 없었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 끝에 커리큘럼과 강의자료를 만들고, 2002년 9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에듀클럽 홈페이지를 열었다.

돈이 없어 허름한 창고에서 커텐을 치고 강의를 찍었지만 직원 3명과 밤낮으로 연구해 대형 화면의 고화질 영상을 제공했다.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고 일하는 열정을 높이 산 사무실 건물 주인은 8000만원을 무담보로 대출해주기도 했다고.


이후 오픈 한달에 2만 여명의 회원을 모집했고 에듀클럽은 온라인 중등교육 사이트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2004년엔 두산동아와 합병하고 그는 31살에 최연소 이사 직함을 달았다.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이 아들에게도 35살에 내줬던 임원자리를 제가 꿰찼다고 하더군요. 이유를 물었더니 겉멋든 다른 벤처 사장들하고는 달랐대요. 성수동 사무실 한켠에서 먹고자며 일했지만 우리 홈페이지만큼은 테헤란로 빌딩보다 더 번쩍거리고 멋지게 만들겠다고 자신했으니까요."

3년 간 두산동아 e러닝사업본부장을 맡았지만 참신하고 발빠른 온라인 교육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회사를 나온 그는 2007년 하이퍼센트를 설립하고 현재 놀라운 성장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소득수준과 사는 곳과 관계없이 누구나 저렴하고 질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이러닝으로 사회공헌을 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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