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쓰러뜨리기' 도미노게임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 2008.08.2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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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청계광장]

2007년 5월경 중국경제 전망에 대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세미나에서 국내 경제연구원들이 올림픽 이후 중국경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할 때 중국 연구원과 미국 투자은행의 경제분석가는 중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장미빛 전망을 제시했다. 모건스탠리의 경제분석가는 중국 경제가 올림픽 후 경착륙이든 연착륙이든 착륙이란 건 없이 비행만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던 것이 기억난다.

국내에서도 작년은 물론이고 올해 초까지도 중국경제와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었다. 그리고 상반기에 지나치게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올림픽 후 긍정적인 경제 전망으로 중국 증시도 반등의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기대하던 올림픽 랠리는 온데 간데 없고 '곰의 공격'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이다.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8일 중국 상하이증시는 거의 122포인트 폭락한 데 이어 다음주 월요일인 11일엔 135.6포인트나 떨어지며 연 이틀 폭락세를 보였다. 이렇게 단 이틀 만에 개막 전일 지수 대비 9.4%나 하락하고서도 모자라 12일에도 추가 하락하는 등 하락세가 이어져 2400선 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처했다.

경제면에서는 올림픽 개막과 함께 중국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한꺼번에 울리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등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올림픽 후 중국경제에 대해 ‘밸리 효과(valley effect)’를 경고하고 나섰다. 외신도 같은 우려를 보도하고 있는데,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8월 초 이미 중국경제가 하강세에 접어들었다면서 중국의 수출증가율이 답보 상태이며 미국인들이 고유가와 서브프라임 사태로 소비를 줄이면서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2007년까지 연간 11%대의 실질경제성장률을 구가하던 중국경제가 올해 상반기에는 10%대로 성장률이 둔화됐고, 2009년엔 10% 미만으로 꺾일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만일 8% 후반에서 9% 수준이면 중국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는 셈이나 그 이하로 떨어진다면 경착륙이 될 것이다.

이렇게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꺾이는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꼽아야 하는데 하나는 그동안 올림픽을 준비하며 투자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올림픽 관련 투자는 완료되는 등 전체 투자가 감소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경제가 주택경기 침체로 인해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이미 미국경제의 악화로 일본이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며 유럽도 경기침체가 가시화 되고 있다. 미국경제 침체는 이와 같이 일본과 유럽을 쓰러뜨리고 곧 이어 중국과 여타 신흥국가 경제를 쓰러뜨릴 것이다. 마치 도미노 게임처럼.


왜냐하면 미국경제가 전 세계 총생산액(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민간)소비가 국가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천국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규모의 미국 무역적자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인들은 왕성한 소비력으로 한국과 다른 신흥국가에서 생산하는 상품들을 소화해 왔는데 이 소비가 얼어붙고 있으니 이곳에 판매하기 위한 상품을 생산하는 일본, 유럽과 신흥국의 경제가 동반 침체되는 것은 피할 길이 없게 된 것이다. 중국도 아직은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디커플링’은 시기상조이며 현재 경제상황이 이것을 증명하고 있다.

디커플링의 무산은 우리 경제에 앞서 닥친 미국발 경기 둔화에 이어 중국발 경기침체라는 또 하나의 쓰나미로 닥칠 것이고 그와 함께 증시의 추가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올해 7월 말로 지난해 10월의 고점 대비 46%나 떨어져 반토막 상태인 중국 증시가 올림픽 후 경제 둔화를 우려해 추가 하락하는 것에 비추어 미ㆍ중 양국의 수출비중이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한국으로서는 증시의 추가 하락과 향후 적어도 2년 정도 경기 침체는 각오(?)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불황도 영원할 수는 없는 것. 이 시련의 시기를 잘 견디는 기업과 개인에겐 또 다른 기회가 찾아 올 것이고 그 무기는 바로 현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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