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감독원의 올 상반기 외국인국내투자동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투자자들이 국내주식을 대거 매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동안 국내 주식시장이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던 영·미계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국내 보유주식 비중이 가장 많은 미국 투자자들은 코스피, 코스닥시장에서 총 12조5034억원 가량을 순매도 했고, 영국 투자자들은 7조3239억원을 정도를 팔아치웠다. 또, 케이만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 역시 각각 2조2680억원, 1조3544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이처럼 중동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거 매집하는 이유는 지난해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의 투자가치가 크게 하락한데 반해 국내를 비롯한 신흥국가의 투자 메리트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중동 국부펀드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쿠웨이트투자청이 아시아 투자비중을 2005년 10%에서 2010년까지 20%로 확대할 방침이며, 카타르투자청 역시 20
10년까지 40%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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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중동 투자자들의 아시아 투자비중은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대상도 주식 뿐만 아니라 부동산 등 실물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경기침체로 한국의 자산가치가 크게 하락한 것도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자산가치가 하락했을 때 대량 매수해 향후 막대한 평가차익을 실현하겠다는 것. 지난해 주가수익비율(PER)이 15배에 달했던 한국은 미국발 신용경색 및 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현재 9배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다.
이밖에 IT산업의 부흥을 꾀하는 중동 국가들이 한국을 동아시아의 주요 투자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최근 중동 국가들은 석유산업을 대체할 만한 산업으로 IT를 꼽고 있으며, IT강국 한국을 타켓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동 투자자들이 국내 IT벤처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갈수록 늘리면서 벤처캐피탈은 물론 증권 및 자산운용사들도 이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