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로 간 신용카드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08.08.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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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사용액 26% 급증… KB카드 상반기 분석

"기름값 부담에 자전거를 구입하고, 대형 할인점보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필요할 때마다 소량으로 생필품을 산다."

동네 슈퍼로 간 신용카드


고물가·고유가가 소비생활을 바꾸고 있다.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생필품 위주의 소비패턴이 뚜렷하다. 올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을 분석한 결과 여행, 의류, 백화점, 귀금속 및 사치품목 등의 카드사용액 증가 폭이 평균을 밑돌았다.

◇"동네 슈퍼 웃었다"=10일 KB카드의 상반기 카드 사용액(개인고객 대상, 체크카드 포함)을 분석한 결과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에서 카드사용액은 각각 4.25%, 5.82%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카드사용액 증가율(18.9%)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반면 슈퍼마켓에서 카드사용액은 지난해 상반기 4832억원에서 올 상반기엔 6099억원으로 26.22% 급증했다.

대형 할인마트보다 슈퍼마켓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고물가 탓에 가까운 동네 슈퍼마켓을 이용해 소량으로 생필품을 사는 사람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소액카드 결제를 받아주는 슈퍼마켓 가맹점이 늘어난 점도 한 요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 할인마트에 가면 불필요한 물건을 사기 쉽고, 자동차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름값이 들어 이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구매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고유가와 웰빙바람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34.1% 증가했다. 반면 기름값이 적게 드는 소형 자동차 선호현상으로 중고자동차는 2.6% 늘어나는데 그쳤다.

고유가 여파로 주유결제액도 평균 이상이었다. 주유소와 LPG충전소에서 카드사용액은 각각 23.0%, 43.4% 늘었다. 특히 LPG충전소의 경우 공급가격이 높아진 데다 LPG 관련 할인카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옷 안사고, 외식 자제'=KB카드, 현대카드, 삼성카드, 비씨카드 등 4개 카드사의 상반기 카드사용액을 분석한 결과(체크카드 포함, 삼성카드는 법인 포함) 생필품 이외 대부분 품목에서 사용액 증가율이 평균치인 22.4%를 밑돌았다.
 
우선 대표적 비 생필품인 가방, 시계, 액세서리, 귀금속의 카드사용액 증가율은 3.72%로 가장 저조했다. 이어 의류와 백화점도 각각 7.15%, 11.13% 늘어나는데 그쳤다. 취미생활인 레저(19.0%)와 여행(20.7%)도 사정은 비슷했다.

고물가로 외식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KB카드만 보면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를 제외한 외식업종의 증가율은 13.8%로 평균(18.9%)치에 못미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소비가 아닌 의류, 여행, 외식 등에서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을 정도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7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기대지수는 84.6로 7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앞으로 6개월 후 경기·생활형편·소비지출에 대한 전망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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