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증권사 7월 실적 적자?

이대호, 박동희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2008.08.0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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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장기 침체로 상품운용손실 발생 및 수수료 감소 등의 영향

증시의 장기 약세로 증권사 수익이 급감하고 있다. 2분기까지는 가까스로 흑자를 유지하던 증권사들이 7월에는 월별로 적자를 기록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8일 한 증권사 관계자는 "7월 영업이익이 1~6월중 평균보다 3분의 1 정도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위탁수수료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7월 중에 적자를 기록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적지 않은 증권사들이 흑자와 적자의 경계에 서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NH투자증권 (7,240원 ▼60 -0.8%) 관계자는 “1분기 실적(4~6월)이 좋지 않았다”며 “7월 영업 이익은 아직 정확히 계산되지 않았지만 흑자와 적자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한 관계자는 “현재 증시가 좋지 않아 모든 증권사가 쉽지는 않다”고 전제한 뒤 “7월 영업이익은 적지만 흑자”라고 밝혔다.

대형증권사 수익도 크게 준 것으로 관측된다. 6월 한달 약 6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진 현대증권 (7,370원 ▲10 +0.1%) 한 관계자는 “7월 영업이익이 소폭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8,610원 ▼260 -2.93%) 관계자는 최근 악화된 실적과 관련해 “7월 영업이익이 적자를 기록하진 않았다”며 “아직 집계가 되지 않았지만 소폭의 흑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자는 아니다"며 "두자리수 흑자를 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의 지난 6월 영업 이익은 1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증시침체로 수수료 수입 감소

증권사의 수익이 예전만 못하는 이유는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증시 자금을 빼 예금과 CMA등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고객예탁금은 7월 말 9조원 규모로 6월 말에 비해 2,000억 원이 줄었다. 신용융자 잔액도 같은 기간동안 9,000억원이 빠져나간 3조 1,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7월 한달 동안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 7631억원. 1월부터 6월까지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5조 2373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5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정보승 한화증권 연구원은 "주식거래가 얼마나 빈번했는지를 가늠하는 자금 회전율이 7월 189.8%를 기록하며 한 달 전보다 43%p 높아졌지만 증권사 수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증시자금 유입 규모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수익 크게 늘지는 않을 듯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도 수익성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키움, 동양, 하나대투증권 등이 은행연계계좌의 주식위탁수수료를 0.015%까지 내리는 등 그동안 수수료 인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여기에 수수료 수입을 견인하던 주식형펀드판매가 크게 늘지 않으면서 전체 수수료 수입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채권형, 채권혼합형 펀드의 판매수수료가 0.3~0.4%인 것에 비해 주식형펀드의 판매수수료는 1.4%수준이다.

허대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저 수수료와 경쟁사의 등장으로 앞으로 장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폭발적인 수입 증가는 가져올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허 연구연은 "다만 내년에 자통법 시행으로 새로운 상품의 출시로 수수료 수익이 소폭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IBK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 8개의 신규 증권사가 영업을 시작했거나 영업 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 자금 운용 성적이 수익을 가늠



최근의 증권사 수익 악화엔 증권사가 CMA와 파생금융상품 등으로 구성된 자금운용에서 손실을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1분기에 각각 939억원 101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동안 대우증권이 602억원으로 다소 부진한 것은 바로 운용손실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삼성과 우리투자증권이 1분기 20억원 내외의 소폭의 운용 손실을 본 것에 비해 대우증권의 손실액은 340억에 이른다.

이는 증시의 장기 약세로 불가피한 결과로 보인다. 상반기(1~6월) 평균 1741.78포인트를 나타내던 코스피가 7월 들어선 172.18포인트, 9.9%떨어진 평균 1569.60포인트를 기록했다.

허대훈 NH증권 연구원은 "과거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운용을 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CMA와 장외파생상품 등을 통해서 들어온 자금을 계속해서 운용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상황에선 운용 쪽의 성과가 순익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희준 동부증권 연구원은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김 연구원은 “적자가 나더라도 채권 평가손 때문”이라며 “시점에 따라 일시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월별 적자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증권사마다 추구하는 이익모델이 다른 만큼 실적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전달에 실적이 좋지 않았으면 추가적인 손실을 피하기 위해 포지션의 변화를 꾀하는 만큼 6월에 좋지 않았던 회사는 7월에는 나아질 것이고 반면 6월에 좋았던 회사는 같은 포지션을 유지하다가 7월에 손실을 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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