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우리나라 금융허브 전망 어둡다"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08.0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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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우리나라 금융특화를 기치로 추진돼 온 동북아 금융허브에 일침을 가했다. 우리나라의 금융허브 전망은 어둡다는 입장도 밝혔다.

장 교수는 6일 금융감독원 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금융발전과 경제발전' 강연에서 "우리나라 금융 후진성이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동북아의 중심지는 상하이나 도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2차 금융 중심지도 100년 가까운 영국식민지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식민지 시절은 고달팠지만 이를 통해 외국계 인맥과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근거를 제조업에서 찾았다. 그는 1인당 제조업 부가가치(2002년 기준)가 미국의 2배에 달하는 스위스를 예로 들며 "진정한 금융중심지는 강한 제조업 배후자가 있을 때 존재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경제가 발전하면 핵심역량은 자연히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서비스로 옮겨가지만 그래도 제조업의 수요는 줄지 않고 제조업과 서비스업은 상호 의존한다는 논리다.

그는 "홍콩과 싱가포르도 제조업 강국"이라며 "금융만 하는 금융중심지는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등 부자나라들 가운데 있는 소국이나 바하마, 케이만군도 같은 조세도피처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맨 먼저 제기했던 샌드위치론도 반박했다. 그는 "샌드위치가 아닌 나라가 어디 있고 우리나라가 언제 샌드위치가 아닌 적이 있었냐"며 "금융과 같은 서비스업은 하루아침에 발전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진정한 금융발전을 위한 방안으로는 '유치산업 보호'를 제시했다. 그는 "외국에 의존하는 허브 전략보다는 자신의 힘으로 유치산업을 보호해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금융은 인맥과 제도 운영의 묘가 중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금융발전 계획을 세우고 차근히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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