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있어도 "사유없다" 앵무새 공시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08.08.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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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공시 '시장 지킴이' 제대로 하나-상]

"조회공시가 투기적 매매를 진정시키는 등 불공정거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최근 증권선물거래소(KRX)는 이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올 상반기 221건의 주가 급등락 조회공시 대상중 '사유없다'라는 답변후 주가가 안정된 경우가 146건에 달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토대로 KRX는 조회공시가 '시장 지킴이'노릇에 충실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같은 KRX의 주장에 증권전문가들은 "한마디로 어이 없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KRX가 시장참가자들의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거론하며 조회공시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유 있어도 "사유없다" 앵무새 공시


사례1. 7월2일 거래소는 코스닥 업체 케이알 (0원 %)에 주가급락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회사측은 '사유 없다'고 밝혔고 이에 주가도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회공시답변 20일 후 케이알은 대규모 적자와 함께 최대주주의 주식 양도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사례2. 6월27일 KRX는 코스닥 업체 지오엠씨에 주가급락에 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회사측은 사유 없다'고 답했지만 열흘 후 최대주주 지분 매각 사실을 고백했다.



사례3. 지난 4월15일 KRX는 제일화재에 국민은행 피인수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다음날 제일화재는 '사실무근'이라고 답했다. 이어 한화손해보험 피인수설에 관한 조회공시에서 제일화재는 '한화손보에 지분매각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일화재는 결국 한화그룹으로 넘어갔다.

이처럼 조회공시는 '시장 지킴이' 노릇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정보 비대칭 해소를 통한 건전투자문화 조성이라는 조회공시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시장루머를 공식화해 개미들의 뇌동매매를 부추긴다"거나 "꼭 뒷북쳐서 작전세력이 (물량을)털게 한다"고 비난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전문가는 "'사실무근'이나 '검토중'이라는 답변만 나오는 조회공시가 비정상적인 주가를 안정시킬 수 없다"며 "현재같은 조회공시체계로는 개인들의 뇌동매매를 부추켜 결국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KRX는 해당 기업이 매번 '사유없다'고 답해도 사실확인 한번 없이 관행적으로 답변내용을 시장에 내보낸다"고 과감한 업무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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