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위기, 어두운 미래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 소장 2008.08.1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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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청계광장]

보통사람들은 물론 경제학자들마저도 종종 잊어버리는 진실이 하나 있다. 바로 경제학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자연과학처럼 엄밀한 학문이 아니다. 학문의 엄밀성은 대부분 예측 가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1905년 발표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학계로부터 인정받은 결정적 계기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1916년 두 개의 천체 관측팀은 아인슈타인이 장담했던 대로 개기일식 당시 빛이 구부러지는 현상을 보고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관측팀의 보고 이전에 한 학생으로부터 얄궂은 질문을 받았다. 예측이 빗나간 것으로 확인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신에게 유감을 표할 수밖에 없겠지. 내 이론은 완벽 하니까.” 그의 대답이었다.

경제학은 예측 능력에서 수준 이하였다. 천체물리학은 고사하고 학문이라고 하기 힘든 기상예보보다도 더 허술한 구석을 보여 왔다. 그저 경기가 계속 나빴으니까 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경제학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심지어 대중적인 인기라는 면에서는 천체물리학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경제학이 예측불허의 일들을 뒤늦게나마 설명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혼란스러운 과거사를 말끔하게 정리해주는 매력이 적지 않아서다. 경제학의 매력 요소 가운데 가장 흡인력 있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1970년대 전 세계에는 기존의 경제학 모델로는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 등장했다. 경기가 크게 침체되는 와중에도 물가가 크게 뛰었다. 필립스곡선으로 대표되는 경제학의 전통에 따르면 양자는 양립하기 힘들었다. 어쨌든 현실 세계에서 그런 일은 벌어졌고 경제학계는 이를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는 신조어로 분석해냈다. 유가와 원자재 그리고 각종 비용이 뛰는 상황에서는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경제학이 이미 벌어진 일을 설명하는 사후인지(hindsight)에 유용한 학문이라는 사실은 현대 경제학의 역사만 들여다봐도 자명해진다. 1930년대 이래 정부가 씀씀이를 키워 수요를 늘리라는 주장은 크게 인기를 끌었다. 경제학자 케인즈가 주도한 이 처방이 대공황에 적절한 처방이었다는 믿음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드디어 1972년 닉슨 대통령은 ‘우리 모두는 케인지언(Keynesian : 케인즈식의 처방의 신봉자들)이다’라는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때야말로 케인지언의 믿음이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불신당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후 경제학계를 휩쓴 통화주의자(monetarist)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1990년대 직전까지 모든 경제학자들은 통화주의자로 변신한 듯했지만 이내 등을 돌리고 말았다. 두 가지 경제학 사조 모두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어느 경우든 과거를 잘 맞추지만 미래에 약한 점쟁이의 비운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훗날 누군가가 오늘날의 경제학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을 할지 모른다. 미래의 경제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는 경제학자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을 기존의 틀로 분석해보자. 답이 잘 안 나온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현재 불황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일단 미국에서 불황의 공식 정의는 산업 생산이 2분기 연속으로 하락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경제지표는 대부분 나쁘지만 산업 생산만큼은 약간씩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가와 원자재가 상승으로 물가마저 크게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인가? 그 답도 간단히 내리기 힘들다. 최근 들어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최대 25%까지 떨어졌다. 물가 상승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불경기가 본격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 폭락과 같은 자산 디플레(asset-deflation)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하락의 속도는 전과 같지 않다. 한 마디로 오늘날과 앞으로의 경제를 과거의 경제 지표, 과거의 틀로 재단하기는 무척 어렵다.

가장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는 사실 뿐이다. 경제학으로서는 그마저도 떨어지는 미래 예측 능력을 시험받는 중대한 위기 국면이다. 그래서 더더욱 앞일을 점치기 어려운 미래가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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