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환銀 매각 심사' 오락가락 왜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2008.07.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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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결정적' 압박카드 있었나

금융위원회가 25일 외환은행 (0원 %) 매각승인 심사에 착수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광수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은 이날 가진 브리핑에서 "HSBC의 외환은행 주식 한도초과 보유승인 신청과 관련된 심사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그동안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오락가락' 금융위=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금융위의 입장은 혼란스러웠다. 계약 당사자인 HSBC나 론스타는 물론 시장 참여자도 정부의 의중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외환은행 매각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것은 지난 3월20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 매각이 너무 지체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는지 부작용과 대응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 뒤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원만한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더 나아갔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6월에는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았고 국익과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다고 해도 국민 정서를 감안해 충분히 공감을 얻겠다"고 입장 선회를 시사했다. 이어 6월20일에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이 아직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승인불가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로부터 다시 한달 뒤 금융위는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최종 승인은 법적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달렸다는 전제를 뒀지만 이전과 입장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론스타의 압박카드=이를 두고 금융위가 론스타 전략에 휘둘리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론스타는 HSBC와 계약만료(7월31일)를 코앞에 두고 한국정부에 최후 통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가 계속 미뤄지면 계약을 파기한 뒤 보유지분 51%를 분할매각(블록세일)하겠다는 것.

이 경우 론스타는 HSBC와 계약한 가격보다 낮게 지분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그 차액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하기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론스타가 이 카드를 실행에 옮기면 금융위는 유례없는 송사에 휘말리는 것은 물론 대외 신인도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금융위가 이날 심사착수 배경과 관련해 "론스타에 불필요한 빌미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금융위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 여부를 봐가며 최종 승인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방어막을 쳤지만 궁색한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다.

◇론스타의 버티기=장기화되는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주목할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론스타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외국 금융당국에서 받은 자료를 토대로 적격성에 대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론스타펀드 특수관계인이 벨기에 회사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금융위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대로 적격성 심사를 끝내겠다고 했지만 부지하세월이다. 론스타는 이제껏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일단 8월 중순까지 소명기회를 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로 판명되면 당국은 4% 초과 지분에 대해 6개월 이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역시 외환은행 매각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매각승인 심사를 떠밀려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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