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텐더 챔피언, 50억 매출 사장님 되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7.2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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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세계]박재우 파티를 만드는 사람들 대표

"이 아름다운 것을 마시면 아름답게 취할 수 있지 않을까?"

칵테일의 빛깔에 매료됐던 19살 청년은 바텐더가 되기로 결심했다. 주변 사람들은 대학진학도 뒤로하고 '병 돌리기'에 빠져있던 그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5년 후 그는 세계 바텐더 챔피언에 등극했고, 지금 연매출이 총 50억 원이 넘는 5개 법인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됐다.

↑사진= 홍봉진 기자↑사진= 홍봉진 기자


박재우(38·사진) 파티를 만드는 사람들 대표는 자신을 '꿈이 있었던 바텐더 1호'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월급 18만원을 받으며 어깨 넘어 칵테일 제조법을 배우면서도 최고의 바텐더가 되려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1992년 TGIF에서 칵테일 쇼의 기술을 익혔던 박 대표는 2년 후 TGIF 런던 세계 바텐더 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후 매니저로 승진했다. 스물다섯, 고졸 학력의 그에게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주변사람들은 지금 매니저로 시작하면 서른 살에는 점장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이라고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대회참가는 불가능할 것이 뻔했죠. 한번 신체적 리듬을 놓치면 다신 바텐더를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은 이미 세계무대에 가 있었다. 1년 후 그는 과감히 사직서를 던졌다. 대신 세계 바텐더 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낮에는 음식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지하 자취방에서 연습에 매진했다. "공백기가 있었던 탓에 손이 굳어서 감각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았어요. 병이 떨어지는 소리가 안 나도록 바닥에 스티로폼을 붙였습니다. 지금처럼 모조병이 없어서 10분 연습하다 하나를 깨면 치우는 데만 1시간이 걸렸죠."



쉬는 날에도 18~20시간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한 끝에 1997년 런던비피터 세계 바텐더 대회 챔피언 따냈다. 꿈만 같았다. 그 후 그는 언론에 바텐더라는 전문 직업인으로서 여러 차례 소개됐다. "바텐더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제가 일하던 바에 몰려들었습니다. 주변에 고시원 잡고 무조건 옆에서 보게만 해달라고 했어요. 30평 남짓의 가게에 바텐더만 13명이었습니다. 테이블마다 바텐더가 주문을 받으니 장사가 잘됐죠."

입소문을 타자 투자자도 모였다. 그 후 동료 바텐더 10명과 함께 칵테일 전문바를 만들고 '파티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현재 바텐더 아카데미와 웰빙 라면 전문점, 디자인 회사로도 발을 넓혔다. 그에게 항상 새로운 영역을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묻자 정작 "도전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사람들은 도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저 운명 같은 길인 것 같아요."

↑사진= 홍봉진 기자↑사진= 홍봉진 기자
2001년 관광통역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한 그는 지금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본사 직원들 중에 저보다 학력 낮은 사람이 없는데 그 사람들을 제 수준으로 끌어내릴 순 없잖아요? 부끄럼없이 물어보고 제 자신을 키우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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