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 황금알이 뚝뚝?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8.07.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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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기획]강남역·홍대주변 상권르포 '장사 잘 되나요"

창업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광우병의 한파가 매섭게 휩쓸고 간 가운데 고유가로 경기 침체의 골마저 깊어져 수많은 가게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하지만 극심한 침체기임에도 급변하는 창업환경을 잘 간파한 업종은 꾸준한 성장을 기록 중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권인 강남과 홍익대학교 인근 상권을 통해 현 창업시장의 트렌드를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강남역에 황금알이 뚝뚝?


7월1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앞. 장대비가 퍼붓는 궂은 날씨임에도 도로는 잠시도 행인들의 발길이 끊어질 틈이 없다.

강남역은 익히 알려 진대로 서울에서도 가장 소문난 특A급 상권. 미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웨이크필드(C&W) 자료에 따르면 강남역 주변의 상가임대료는 지난 200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비싼 초특급 인기 상권이다.



유동인구도 전국 최대 규모. 서울메트로의 1분기 집계에 의하면 하루 평균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강남역을 오간다. 특히 강남역 6, 7번 출구에서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연결되는 상권은 가히 '명당' 상권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이라고 모두 대박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다.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극도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실속형 소비와 웰빙 중심의 제2의 외환위기형 아이템 위주로 창업시장이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고 휴식하는 '멀티 문화공간' 장사 잘돼


강남역에 황금알이 뚝뚝?
'오감체험 까페'란 타이틀을 내건 교보타워 인근의 까페 '나무그늘'. 폐점시간인 자정을 한 시간여 앞둔 오후 11시 경에도 젊은 고객들로 까페 안은 북적였다.

나무그늘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인 '나무그늘과 사람들'의 이은성 기획팀장은 "평일에는 700명, 주말에는 1000여 명에 달하는 손님들이 다녀 간다"고 전했다.



입구로 들어서면 각종 알록달록한 가발과 사진 촬영기계가 눈길을 끈다. 까페 한켠에 자리한 네일아트코너와 한쪽 벽면 책장에 빼곡히 꽂힌 도서들 족욕서비스 코너까지. 까페 구석구석은 흥미진진한 체험거리로 채워져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까페 중앙에 위치한 셀프바. 3900원만 내면 갓 구워낸 신라명과의 빵과 커피를 무한 제공 받을 수 있어 고물가에 움츠려든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팀장은 "금연 공간이라 20대 젊은이들 뿐 아니라 가족단위의 고객들까지 즐겨 찾아 고객층이 두텁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인근의 학원에 갔다 오는 길에 들렀다는 대학생 이현이(21) 씨는 "책도 있고 빵도 무한리필 되는 등 아이디어가 좋다"며 "부담이 없어 자주 들린다"라고 말했다.



이 까페는 지난해 5월 강남 본점 오픈을 시작으로 7월께 가맹점사업을 개시한 후 채 1년이 안 돼 32호점까지 오픈했다. 이 팀장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할인마트와도 계약을 맺어 입주를 위한 공사에 곧 착수할 예정"이라고 상승세를 설명했다.

이와 같은 복합 문화공간은 2008년 창업시장에서 단연 잘 나가는 흐름이다. 현재 전국에 160개 매장을 운영하며 승승장구 중인 젤라또 아이스크림 전문점인 띠아모 역시 복합 문화공간 컨셉트다.

까페 안에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PC를 들여놓고 회의 및 세미나 공간, 북코너 등도 마련해 멀티화를 추구했다. 메뉴 역시 아이스크림 외에 와플, 샌드위치, 브런치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추며 고객층을 넓혔다.



이와 같은 복합 공간의 인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품 아이템에서 오는 매출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고 성수기와 비수기의 격차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테마를 통해서 고객의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빠리바게트, 뉴욕제과, 뚜레쥬르 등의 유명 베이커리 역시 2~3년 전부터 전략적으로 까페형 외식공간으로 출점하고 있다. 강남역 인근의 베이커리는 한결같이 커피 등의 메뉴를 혼합한 대형 까페로 바뀌었다.

기존의 베이커리는 빵을 판매하는데 그쳤던 반면 이러한 까페공간으로 출점하는 베이커리는 외식ㆍ휴게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향선 한국창업전략연구소 과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간과 메뉴의 가치를 다양하게 따져볼 수 있고 매장 안에서 고객을 최대한 머무르게 하면서 객단가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일단 직영점부터 복합공간으로 바꾸고 현재 주택가의 소점포는 줄이면서 까페 형태로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개점이 포화상태에 이른 인기 프랜차이즈의 경우 재계약 시 카페형으로 유도하는 있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소규모 분식점까지 까페형을 추구하는 게 요즘 트렌드. 이 과장은 "독특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분식점들까지 까페형으로 전환하며 고급화로 손님들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여심 사로잡는 요리주점ㆍ이색주점 선전 중

여성 고객의 환호를 받는 요리주점도 요즘 외식업계에서 한창 잘나간다.

김상훈 소장은 "최근에는 식당은 물론 주점 등의 소비의 주체가 30~40대 주부로 바뀌었다"며 "주부가 오면 가족단위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 객단가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여성 중심 소비 트렌드에 따라 주점도 여성 입맛을 유혹하는 안주를 개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요리 메뉴를 갖춘 곳이 경쟁력을 갖는다는 설명이다.

2002년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다국적 식주공간(食酒空間) 레비스는 이러한 트렌드의 원조. 이효준 레비스 점장은 "요즘은 음주공간의 선택도 여성이 이끄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여성 고객에 초점을 맞추지 않으면 활성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역에 황금알이 뚝뚝?
고급형 일본식 선술집(이자까야)인 토오미도 '멋과 맛이 있는 식주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인기 몰이하고 있다. 임종민 토오미 매니저는 "화학조미료나 가공식품을 쓰지 않고 직접 조리하기 때문에 웰빙 트렌드에도 적합해 여성 단골이 많다"며 "학생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방학기간이지만 직장인들의 방문이 많아 오히려 매출은 지난 봄 대비 10% 가량 상승했다"고 말했다.



일본식 선술집 아와비 강남점도 최근의 경기 불황을 비껴가는 인기 업소다. 오흥창 점장은 "평일에도 오후 9시쯤 되면 200석의 좌석이 꽉 찬다"며 "변두리 쪽은 경기가 안 좋을 때는 영향을 받지만 이곳은 입지도 좋고 깔끔한 분위기로 꾸준히 젊은층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남역 일대에서는 만원에 3가지 안주를 제공하는 저가전략은 오히려 외면 당하는 상황"이라며 "오뎅탕과 오코노미야끼(일본식 철판지짐) 등 1만원 후반대의 너무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안주를 다양하게 갖춘 것도 주요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여심을 사로잡는데는 유혹적인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강남역 씨티극장 뒤편에 자리 잡고 있는 에스닉스타일 와인&세계맥주 전문점 투엔디(2nd)는 아라비안나이트가 연상되는 인테리어와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로 주류전문점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황인조 투엔디 강남점 대표는 "20년 동안 호프전문점을 운영해왔지만 일반 호프는 여성들만 오는 경우가 드문데 투엔디는 대부분 여성이거나 아니면 연인 고객"이라며 "3층에 위치한 업소라 1, 2층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색적인 아이템으로 승부를 하자 개업 4개월 만에 매출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타운 효과로 상권 '팽창'

그러나 특급 상권인 강남역 주변에는 창업시장의 '인기 스타'만 있는 건 아니다. 상권의 힘만 믿고 들어오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뉴욕제과 뒷켠에 자리한 한 음식점의 주인은 "월세 부담은 크고 매출은 지난해 대비 40% 이상 떨어져 걱정"이라고 하소연한다. 3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그는 "남들은 상점이 강남에 있다면 다 떼돈을 버는 줄 알지만 하루가 다르게 간판이 바뀌는 곳"이라며 "살아남는 것만 해도 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음식점 주인도 "같은 상가에 있는 생삼겹살집은 얼마 전에는 규모를 반으로 줄이더니 이제는 아예 문을 닫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유행을 쉽게 타는 지역 특성임에도 역발상으로 불황을 극복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었다는 참치전문점 아이러브유는 30~40대 중년층의 발걸음이 잦은 음식점이다.



이 음식점의 안주인은 "얼마 전 식당에 들렀던 한 공무원은 주변에 나이든 사람이 갈만한 곳이 없어 몇 바퀴를 돌다 들어왔다고 했다"며 "나이든 사람들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깔끔한 분위기와 맛을 추구하다보니 식사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고객이 많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타운의 입주로 더욱 넓어지는 강남역 상권에 대한 기대감은 상인들마다 각기 달랐다. 기존 강남역 상권은 뉴욕제과에서 씨티극장에 이르는 주변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삼성타운 쪽으로 확장되고 있다.

삼성타운의 효과까지 기대하고 강남역에 들어왔다는 상인도 있지만 지하도로를 건너와야 하는 이동 불편으로 큰 호재를 불러일으키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여하튼 삼성타운 주변은 이미 시세가 오르며 들썩이는 분위기. '최고의 권리금과 임대수익률을 보장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인근 한 부동산의 관계자는 "편의점과 햄버거업체 등 대형 프랜차이즈 위주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권혁춘 상가114 팀장은 "삼성타운 입주가 완료되고 9호선 라인까지 개통되면 강남역 상권도 그에 맞게 직장인 상권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며 그러면 상가 시세도 지금보다 최소 1.5배는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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