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의 달인에겐 적반하장도 전략이다

백경숙 리브로MD 2008.07.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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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book]협상천재

요즘처럼 '협상'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적도 없다. 연일 뉴스로 다루어지는 협상 결과와 그에 대한 시민들의 대응은 새삼 협상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한다. 흔히 협상이라고 하면 대립과 갈등, 지지부진한 과정, 막판 줄다리기, 극적인 타결 같은 수순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렬과 타협, 분노와 화해를 되풀이하는 드라마틱한 협상의 풍경은 영화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현실 속에서 협상 천재들의 탁월한 성과는 그들만의 탁월한 방법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혀 가망이 없어 보이는 협상 상황을 어떻게든 뒤집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고 상대방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좋은 평판을 유지하면서도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협상 천재'들의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협상의 달인에겐 적반하장도 전략이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수많은 기업가와 예비 협상가를 단련시킨 디팩 맬포트라와 맥스 베이저먼의 <협상 천재>는 어떤 사람이라도 탁월한 협상의 달인으로 탈바꿈 시켜 원하는 성과를 이끌어내도록 도와주는 협상 전략의 도구함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배드나(BATNA ;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reement)와 조파(ZOPA ; Zone of Possible Agreement)처럼 반드시 숙지해야 할 협상도구부터 '먼저 제안할 것인가, 제안 받을 것인가', '어느 정도까지 거짓말을 해야 할 것인가' 등 실제 협상에서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갈등까지 협상 천재들의 핵심 전략과 상황 대응법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협상의 전략을 우리에게 친숙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이야기 속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91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세 번째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선거전에 참가했다. 그런데 루즈벨트의 사진과 연설문을 실은 300만부 팸플릿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사진을 사용한 사실이 배포 직전에 밝혀져 위기를 맞게 된다. 사진작가에게 사진 한 장당 1달러 즉 총 300만달러의 저작권료를 지급할 것이냐, 촉박한 일정 속에서 팸플릿을 다시 찍을 것이냐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때 루즈벨트의 선거본부장은 오히려 사진작가에게 선거 홍보 팸플릿 300만부에 귀하의 사진을 알릴 수 있는 멋진 기회, 사진을 실어주는 대가로 얼마를 줄 수 있느냐 협상하였다. 자신의 배드나(최선의 대안)가 아닌 사진작가의 배드나를 먼저 평가한 협상 천재의 전략은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이 외에도 유엔 회원국간의 분담금 갈등을 해소한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쿠마 미사일사태로 인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해 낸 J. F 케네디 대통령 등 '협상 천재'로 불리는 유명 인사들의 일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이 책에서는 '잠재적 이익보다는 잠재적 손실을 강조하기', '이득은 분해하고 손실을 결합시키기', 극단적인 전략을 먼저 제시하는 '머리부터 들여놓기', 핵심적인 요구에 구속감을 증대시킬 때는 '발부터 들여놓기', '정당화의 힘 이용하기', 남들에게 따라가는 심리를 이용하는 '사회적 증거의 힘 이용하기', '최소한의 일방적인 양보 제공하기', '준거 지표를 사용하여 제안과 요구를 합리적으로 포장하기' 등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영향력을 위한 8가지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사람에게는 아인슈타인이나 모차르트, 마이클 조던 같은 천재가 되는 데 필요한 '원료'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협상의 천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원료'가 되어 줄 것이다. 협상에 관한 실제적인 사례, 지적인 도구, 윤리와 정직성에 관한 내용까지 담겨 있는 이 책은 뛰어난 협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디팩 맬호트라, 맥스 베이저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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