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결렬과 타협, 분노와 화해를 되풀이하는 드라마틱한 협상의 풍경은 영화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현실 속에서 협상 천재들의 탁월한 성과는 그들만의 탁월한 방법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1912년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세 번째로 대통령에 도전하는 선거전에 참가했다. 그런데 루즈벨트의 사진과 연설문을 실은 300만부 팸플릿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사진을 사용한 사실이 배포 직전에 밝혀져 위기를 맞게 된다. 사진작가에게 사진 한 장당 1달러 즉 총 300만달러의 저작권료를 지급할 것이냐, 촉박한 일정 속에서 팸플릿을 다시 찍을 것이냐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때 루즈벨트의 선거본부장은 오히려 사진작가에게 선거 홍보 팸플릿 300만부에 귀하의 사진을 알릴 수 있는 멋진 기회, 사진을 실어주는 대가로 얼마를 줄 수 있느냐 협상하였다. 자신의 배드나(최선의 대안)가 아닌 사진작가의 배드나를 먼저 평가한 협상 천재의 전략은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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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유엔 회원국간의 분담금 갈등을 해소한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쿠마 미사일사태로 인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해 낸 J. F 케네디 대통령 등 '협상 천재'로 불리는 유명 인사들의 일화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이 책에서는 '잠재적 이익보다는 잠재적 손실을 강조하기', '이득은 분해하고 손실을 결합시키기', 극단적인 전략을 먼저 제시하는 '머리부터 들여놓기', 핵심적인 요구에 구속감을 증대시킬 때는 '발부터 들여놓기', '정당화의 힘 이용하기', 남들에게 따라가는 심리를 이용하는 '사회적 증거의 힘 이용하기', '최소한의 일방적인 양보 제공하기', '준거 지표를 사용하여 제안과 요구를 합리적으로 포장하기' 등의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영향력을 위한 8가지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보통 사람에게는 아인슈타인이나 모차르트, 마이클 조던 같은 천재가 되는 데 필요한 '원료'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협상의 천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원료'가 되어 줄 것이다. 협상에 관한 실제적인 사례, 지적인 도구, 윤리와 정직성에 관한 내용까지 담겨 있는 이 책은 뛰어난 협상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디팩 맬호트라, 맥스 베이저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