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없는 2가지 실용 학문

김방희 생활경제연구소장 2008.07.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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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청계광장]

일본의 학계나 출판계에 부러운 것이 하나 있다. 다양한 실용 학문을 거부감 없이 수용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출판계가 변화를 모색 중이기는 하지만 학계는 여전히 완고하다. 고담준론(高談峻論)이 아니면 발붙일 여지가 없다. 이런 학계 풍토에서는 실패학과 참모학을 수용하기 힘들다. 두 가지 모두 1990년대 이래 일본에서 인기가 시들 줄 모르는 실용 학문이다.

실패학이란 것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실패를 통해 배우자는 것이다. 실패학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든 이는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인 하타무라 요타로(畑村洋太郞)다.그는 망한 중소기업 사장들을 만나면서 실패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 후 배우고 활용하면 실패는 창조의 씨앗이 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실패 요인과 대처법을 정리한 실패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제창한 실패학은 때를 잘 만났다. 1990년대 일본은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을 겪고 있었다. 1970년대와 80년대의 경제 전성기를 잊지 못하는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되돌아볼 준비가 돼 있었다.

참모학이 폭발적 인기를 끈 것도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참모학이라는 것은 어떻게 리더를 잘 받들어 성공을 이끌 것이냐를 탐구하는 분야다. 당시 일본인들은 자신들에 닥친 위기를 리더 한명이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었다. 이 때 목표 지향적이고 헌신적인 참모들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출발점이라는 참모학자들의 주장은 울림이 클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경우는 이런 분야의 인기가 있을 수 없다. 우선 실패는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용어다. 누구나 다 1인자가 되고자 하는 마당에 참모학이 설 자리는 더더욱 없다. 그런데 나라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실패학과 참모학이 더욱 절실해진다. 새 정부는 출범 초부터 큰 실착을 했다. 대통령은 당장 취임 100일만에 청와대에 이어 내각까지 쇄신해야 할 처지다. 따라서 좋은 참모들을 써서 똑같은 실수를 거듭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학과 참모학의 제1법칙들을 적용해보자. 우선 실패학.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실패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청와대와 내각 인선 실패가 그 대상이다.

그 다음이 참모학이다. 좋은 참모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좋은 참모는 강한 참모와 엄연히 다르다. 강한 참모는 한 마디로 리더에게 절대 신임을 받는 참모다. 참모들이라면 당연히 지향하고 싶은 참모상이다.


그런데 참모학에서는 참모가 너무 강하면 리더는 반드시 내친다고 돼 있다. 자신보다 더 강력해 질 수 있는 부하를 그냥 둘 리더가 드물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같은 경우가 좋은 예다. 그는 박정희교의 충실한 교인이었으나 영향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버림을 받았다.

좋은 참모는 리더로부터 절대 신임을 받는 게 아니라 조직 구성원으로부터 신임을 받는다. 청와대와 내각으로 보자면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아야 한다. 동시에 리더의 자리에 대한 욕심 없이 헌신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리더도 그에게 귀를 기울인다. 청와대 1기에도 강한 참모, 즉 실세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들은 있었다. 그러나 좋은 참모가 없었다.



위기의 대통령과 불안한 국민이 공개적으로 내걸어야 할 채용 공고는 이렇다.

‘급구(急求)! 위로는 국민을 모시고 사심 없이 대통령에 직언할 참모. 단 전임자들의 실패를 철저하게 분석해두고 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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