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여름 부도 괴담'

머니투데이 문성일 기자 2008.07.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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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중견건설사, 심각한 유동성 위기
- 8월 이전 1~2개 유명기업 부도 가능성
- 정부 지원책 '글쎄'…업계 자성론 확산


건설업계가 뒤숭숭하다. 수요 기근으로 갈수록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데다, 원자재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자금 압박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일부 중견건설사 가운데 1~2개 업체가 올 8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란 '여름 괴담'마저 나도는 등 업계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흉흉하다.

2일 건설업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주택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건설기업 A사는 지난해 하반기와 올 초 두 차례에 걸쳐 부도 위기를 겪은 이후 사채시장에서 어음 할인이 쉽지 않을 정도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 회사 어음은 별도의 수수료를 주고 월 4%가 넘는 할인율을 제시해도 사채시장에선 취급하기를 꺼려한다.

대구업체인 B사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아예 신규 분양사업도 올스톱됐다. 이 때문에 내년 말 이후에는 아예 주택공사 물량이 없게 될 것이라고 이 회사 한 중역은 귀띔했다. 이 회사 어음 역시 할인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견건설사 위기 때마다 단골 손님으로 등장해 온 C건설도 최근 매각 소문이 나도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정액 이상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올리고 있지만, 해마다 실적이 들쭉날쭉한데다 지난해부터는 부채가 대폭 늘고 있다.


공공분야 토목사업 비중이 높은 D건설도 벌써 1년 이상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면서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 중동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E건설도 잇단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이미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의 공통점은 최근들어 부채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사의 경우 2005년 2200여억원이던 부채가 지난해 말 3900여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B건설 역시 같은 기간 부채가 2080여억원에서 3300여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C건설도 2년새 부채가 25% 이상 많아졌다.



문제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기업의 경우 1군 업체들이란 점에서 그동안 부도가 난 2,3군 업체들보다 후폭풍이 훨씬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무엇보다 OECD국가 중 드물게 투자 규모가 300조원을 넘을 정도로 경제 규모에 비해 투자가 많은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투자 촉진 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다는 견해가 많다. 즉 투자 진작보다 소비 진작이 우선한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무리"라며 "결국 업체들의 고통은 스스로 해결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 내부에서조차 자성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업체들의 경우 시장이 좋았을 때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며 "어려울 때를 대비해 미리 포트폴리오를 짜는 기본적 성의도 없었던 것이 이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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