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대표는 지난해 대선 패배 후 구심점을 잃은 야권에 구원투수이자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졌다.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그에게 지난 6개월은 도전과 영광, 실패가 공존한 시간이었다.
두번째 시험대는 총선이었다. 최악의 상황에서 그는 외부인사들에게 공천을 맡기는 승부수를 띄웠다. "무난한 공천은 무난한 죽음"(1월30일)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민주당의 정체성 찾기..평가는 반반= 세번째 과제는 민주당의 활로를 찾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손 대표는 자신의 색깔을 접목하고자 했다. 이념보다는 민생, 좌우보다는 중도를 강조하는 이른바 '제3의 길'이었다.
그는 현장으로 갔다. 태안 기름유출 피해지와 전북 조류 인플루엔자(AI) 피해 현장을 찾았다. 무료급식소, 직업훈련소, 재래시장을 방문했다. 치솟는 서민물가를 수첩에 꼼꼼히 기록했다. "식용유 3만4천원, 밀가루 3만원…"(3월3일)이라며 서민들에게 다가오는 대안을 찾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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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는 엇갈린다. "탈이념 실사구시를 민주당의 지표로 설정했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당 컬러가 여전히 모호하고 일부 정책에선 한나라당과 비슷하다"는 비판론이 공존한다. 게다가 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지분 나눠먹기' 공방이 벌어졌고 손 대표는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쇠고기 정국에서 주도권 잃어=손 대표는 18대 국회를 매끄럽게 개원하고자 했다. 비판할 건 비판하되 협조할 건 협조하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을 보이고자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당 의원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 손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긍정적이었으나 소속 의원들은 부정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이 정국의 핵으로 부상하면서 손 대표는 위축됐다. 그는 거듭 등원론에 불을 지폈으나 생각이 다른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시위 현장에 달려나간 의원들도 상당수였다.
손 대표는 "국민의 뜻 제대로 섬기는 길 찾겠다"(6월15일)이라고 말했지만 '국민의 뜻'에 대해 민주당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결국 꺼지지 않는 촛불 앞에 민주당은 갈피를 못잡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손 대표는 끝내 개원 문제를 매듭짓지 못한 채 다음 지도부에 공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조만간 이 모든 고민을 내려놓는다. 당분간 휴식을 취할 전망이지만 차기 대선을 준비하기 위한 물밑 작업은 쉼 없이 진행한다. 싱크탱크격인 '동아시아 미래재단'과 지지조직인 '선진평화연대'가 베이스캠프다. 손 대표는 그 흔한 외유도 떠나지 않는다. 국내에서 할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장 '차기'를 준비하기엔 쇠고기 정국이 여전히 엄중하다. 한 측근은 "(쇠고기 문제에 대해) 나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