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매각 다시 안개 속으로

머니투데이 오상연 기자 2008.06.2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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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사건 선고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사건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24일 예정된 가운데 연내 외환은행 매각 불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외환은행 매각 승인이 연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초 항소심은 외환은행 (0원 %) 매각의 향방을 가늠할 분기점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금융위의 입장 변화에 따라 법원 판결이 난 뒤에도 외환은행 (0원 %) 매각 가능성은 불투명해졌다



◆금융위의 입장변화=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말까지만 해도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풀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며 외환은행 매각 문제의 조기해결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다 지난 5일 언론재단 주최 포럼에서 "국익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다 하더라도 국민적 정서를 감안해 충분한 공감을 얻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또한 20일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 재판의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분명한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1심 판결이 나올 올 연말까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어떤 검토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쇠고기 정국의 여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국민 건강도 외국에 팔아먹고 외국자본인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는 비난 여론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론스타-HSBC 계약파기 가능성↑=금융권은 론스타와 HSBC간 계약 파기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여러 차례 인수 포기 가능성을 언급한 HSBC로서는 연내 매각 승인이 어렵다는 금융위의 입장이 뚜렷한 이상 계약을 유지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샌디 프로커트 HSBC 아시아·태평양 회장(CEO)은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약 시한인 7월 말까지 한국 정부로부터 승인이 나지 않으면 HSBC와 론스타는 각자의 입장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HSBC에게는 다른 선택도 있다"고 밝혀 계약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론스타 역시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HSBC에 외환은행을 팔지 못하면 다른 인수자를 찾는 것이 빠르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이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법적으로 완료되려면 앞으로 3~4년이 걸린다.

때문에 금융위에서 매각을 승인해 줄 시기를 기다리기보다 블록세일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으로 자금회수를 빨리 할 수 있다. 지분을 10% 이하로 분할해 팔면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법원 판결 후 시나리오는= 당초 이날 항소심에서 론스타가 유죄를 선고받은 뒤 상고를 하지 않으면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금융위가 론스타에 외환은행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론스타가 무죄 선고를 받을 경우에도 금융위의 뚜렷한 의지만 있다면 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금융위의 입장 변화와 맞물리면서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외환은행 매각은 뚜렷한 실마리를 찾기 힘들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론스타와 HSBC가 외환은행 매매 계약을 3개월 연장하며 오는 7월1일부터 7일까지 한쪽의 통보에 의한 계약 파기조항을 넣은 것은 금융위의 입장을 가늠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론스타가 무죄를 선고받은데 대해 검찰이 상고에 나서면 HSBC와 론스타간 계약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약이 파기되면 론스타가 매각 승인 지연 등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 상실 등을 이유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론스타가 블록세일에 나서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외환은행 매각에 관심을 가져왔던 국내 은행들이 대거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 뚜렷한 주인을 찾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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