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당권주자는 지금··"슬로건 경쟁중"

오상헌 기자, 김성휘 기자 2008.06.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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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주 차기 대표후보들, 리더십 구호로 당심·민심에 호소

선거는 구호와 전략의 싸움이다. 특히 선거 슬로건은 전체 판세를 초반부터 좌우하기도 한다. 여권이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압승한 것도 'CEO 대통령'과 '경제살리기 정당'이란 구호를 선점했기 때문이었다.

여야 당권 주자들 사이에도 최근 슬로건 전쟁이 한창이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임박하면서다. 각 후보들은 저마다가 지향하는 리더십을 압축한 슬로건으로 '당심'과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정몽준 최고위원, 허태열 의원.▲왼쪽부터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정몽준 최고위원, 허태열 의원.


◇與 당권경쟁 '화합론vs새인물론vs견제론' = 한나라당의 당권 구도는 여권 주류측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차기 대권주자인 정몽준 최고위원간 '2파전' 양상이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표측을 대표하는 허태열 의원이 19일 출사표를 던져 선거전의 지형에 미묘한 균열도 일고 있다.

박 전 부의장은 원외인 한계를 '화합론'이란 슬로건으로 돌파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원로그룹의 일원인 데다 박 전 대표측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당내 화합이 가장 중요하다. 친이, 친박을 하나로 묶는 화합형 대표가 바로 나"라는 게 박 전 부의장의 주장이다. 여기에다 5선 의원 출신의 경륜과 폭넓은 경험도 박 전 부의장의 장점이다.

정 최고위원은 참신한 이미지를 앞세워 '새인물론'으로 맞서고 있다. "지금의 한나라당엔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맞수인 박 전 부의장이 고령이라는 점을 의식한 구호다.

새인물론과 함께 실세형 대표론도 정 의원측이 내세우는 선거 슬로건의 하나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정 의원은 곧잘 "영향력 있는 당내 인사가 모두 전대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대에서 대권주자로서 힘을 가진 당 대표가 뽑혀 집권여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친박 대표선수로 나선 허 의원은 당내 비주류로서 '견제론'을 펴고 있다. 허 의원의 일성은 "청와대의 입만 쳐다보는 정당, 권력의 눈치만 보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확 바꿔놓겠다"는 말이었다.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고 견제하는 여당을 만들겠다는 논리다.

▲왼쪽부터 정세균 의원, 추미애 의원, 정대철 고문.▲왼쪽부터 정세균 의원, 추미애 의원, 정대철 고문.


◇野 당권경쟁 '맏형론v새얼굴론vs'유일 대안론' = 통합민주당의 정대철·추미애·정세균 후보(기호순)는 각각 선거캠프에 전담팀을 두고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을 구호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정대철 후보는 '맏형론'이다. 경륜이 풍부한 맏이로서 원숙한 리더십을 발휘, 당 화합에 앞장서겠다는 뜻이다. 그는 3명 후보 중 가장 연장자다.

캐치프레이즈는 '국민 신뢰 회복, 진짜 통합 정대철'이다. 민주당의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포부다.



추미애 후보는 지난해 범여권 통합과정에서 소수였던 구 민주계가 기반이다. 이 때문에 기득권 타파와 지도부 교체에 중점을 둔다. 이른바 '새얼굴론'이다.

추 후보는 '야당다운 야당, 국민이 원하는 당대표'를 강조한다. 야당답다는 말엔 견제세력이자 수권정당이란 의미가 담겼다.

정-추 후보에게 공공의 적은 가장 먼저 치고 나간 정세균 후보. 정대철 후보는 "열린우리당 그림자를 벗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후보의 우리당 의장 경력을 의식한 발언이다. 추 후보도 "계파나 조직에 기반한 대세론은 무용지물"이라고 정세균 후보와 각을 세웠다.



이에 정세균 후보는 유일대안론, 즉 당의 변화와 도약을 이끌기에 자신이 유일한 대안이란 점을 부각시키며 맞섰다.

그는 '변화와 도약, 강력한 수권정당'을 제시했다. "변화는 곧 도약을 향한 것이며, 도약은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것"이라고 정 후보측은 설명했다. 정 후보의 목표는 재집권. 액션플랜은 '뉴 민주당 플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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