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억원 뽀로로 "망할 각오로 만들었다"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8.06.20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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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세계]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3700억원 뽀로로 "망할 각오로 만들었다"


최근 '뽀로로'란 국산 캐릭터의 브랜드 가치가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한국문화진흥원의 집계 결과, 뽀로로는 키티(4000억 원)와 푸우(3400억 원)에 맞먹는 3700억 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키티처럼 귀엽지도, 영국의 푸우처럼 푸근하지도 않은 이 펭귄이 히트 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뽀로로'를 만든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42·사진)와 이야기하는 동안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원래 낙천적인 편입니다. 회사가 어려웠던 시절에도 혼자 끙끙 앓지 않았어요. 툭 터놓고 '이 상태로는 쫄쫄 굶게 된다. 다들 각오하고 있어!'라고 농담조로 말하곤 했지요."



이런 성격은 최 대표가 10년간 금강기획 애니메이션팀에서 일하던 때도 잘 드러난다. 일에 한창 재미가 붙을 무렵 부서가 해체되는 위기를 맞았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한다는 것. 다른 부서로 옮기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같은 부서 동료 6명과 보따리를 싸들고 나왔습니다. 주변에서는 '겁 없다'며 걱정스러운 반응이었죠. 당시만 해도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했던 기업이 없었으니까요."

그는 2001년 퇴사 후 아이코닉스를 만들었다. 대기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자 고난의 연속이었다. 1년이 지나니 자본금마저 거의 바닥났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후회 없이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다 안되면 배신 못하게 어깨동무하고 옥상에서 뛰어내리자고 으름장도 놓았지요.(웃음)"


죽기 살기로 덤벼들었다는 그의 말에 고생의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는 "몸은 항상 힘들었지만 마음이 힘들진 않았다"고 했다. 항상 '된다'고 생각했던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사업 가능성을 꿰뚫어보는 눈을 밝혀줬다.

그는 애니메이션의 제왕인 일본 작품의 홍수 속에서도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경쟁자와 차별성을 두기 위해 스토리 색깔과 연출을 보강하고 3D 입체영상으로 생동감을 살렸다.



3700억원 뽀로로 "망할 각오로 만들었다"
이렇게 2003년에 탄생한 뽀로로는 전 세계 82개국으로 수출되며 국내 창작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대박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누적된 국내외 로열티 수입만 115억 원 규모.

그는 뽀로로의 사례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의 사업 전망은 밝다고 했다.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쉬리'의 경우처럼 '뽀로로'가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활성화의 기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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