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 기대도 실망도 접자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6.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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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7∼1901의 박스권 관점에서 관망

코스피지수가 상승했지만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부상하기엔 미흡한 움직임이었다.

우선 장초반 1.23%까지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1760선을 회복했던 힘찬 반등이 곧바로 뒤집혔다.1730선이 지지됐고 1740선을 회복하면서 주말장을 마쳤지만 동시호가 때 투신권(자산운용사)이 프로그램 비차익거래로 700억원을 매수하지 않았다면 보합권에 불과했을 일이었다.

쿼드러플위칭데이였던 전날 오후 2시50분 정규시간 마감가였던 1749.94를 회복하지 못한 것은 이날 상승의 의미를 퇴색시킨다.



삼성전자 (62,500원 ▼500 -0.79%), LG전자 (109,700원 ▼400 -0.36%), LG디스플레이 (11,310원 ▼190 -1.65%), 하이닉스 (156,900원 ▼200 -0.13%) 등 IT전자 업종이 장을 이끌었고 현대차 (248,500원 ▼2,000 -0.80%)등 올해 주도주는 물론 국민은행 (0원 %), 신한지주 (56,200원 ▲700 +1.26%) 등 은행주도 상승세에 동참했지만 발틱건화물지수(BDI) 급락과 중국 증시 하락 행진에 타격을 받은 중국관련주가 큰 상처를 입으면서 코스피 자체적인 힘이 양분되는 모습이었다.

BDI는 전날 8.7%나 급락하며 조선, 해운주를 흔들었다. 지난 1월29일 5615에서 이달 5일 11689까지 108.2% 급등했던 BDI는 최근 5일간 13.2% 떨어졌다.
여기에 중국 상하이지수가 이틀째 연저점을 경신하고 선전지수마저도 연저점을 새로 쓰는 등 중국증시가 녹다운되면서 철강금속(-0.31%), 기계(-2.19%), 운수장비(-0.65%), 운수창고(-2.41%) 등 쇳덩이와 관계된 무거운 업종이 침몰했다.



국제유가(WTI) 급등세 지속에 따라 수입물가는 치솟고 소비자신뢰지수는 악화되고 있다.

5월중 원자재 수입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83.6%나 폭등하며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6월 들어 WTI가 더 치솟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입물가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5월 일본 소비자 신뢰지수가는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해 6년래 최저치인 33.9를 기록했다.


이는 이날밤 발표 예정인 미국 경제지표를 낙관하지 못하게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유독 고유가에서 자유롭다거나 경기 둔화의 무풍지대라면 몰라도 전세계가 똑같이 신음하고 있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를 같이 느끼고 있다면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가 개선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젠 미국발 악재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국관련주가 따로 노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이상 아시아 자체적인 리스크도 짚어봐야 하는 시점(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이다.



한국의 아시아 수출비중이 40%에 달하기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할 경우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기업이익마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를 잡기 위해 세계 각국이 긴축모드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되풀이될 우려도 상존한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할 경우 300조원에 달하는 물량이 된다.
아시아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의 한국 비중이 과거보다 많이 축소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19%에 이르는 거물급 투자대상이기 때문에 이번주처럼 외국인의 주식순매도 행진이 계속돼서는 어떠한 기대도 품을 수 없다.

현재 예상되는 악순환의 구도는 '유가 상승 → 물가 상승 → 인플레이션 위험 증가 → 중앙은행의 긴축 움직임 → 신흥국가의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 수출기업의 이익성장 둔화 우려 → 아시아 증시의 투자매력 감소 → 외국인 매도 → 주가 하락'으로 집약된다.



연쇄고리의 첫 시발점이 유가인데 WTI가 하락세로 돌입하지 않는다면 증시 바닥론이나 기관의 매수여력을 언급하는 게 무의미하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 1537까지 떨어질 때는 상승반전의 희망이 있었다. 기업이익 증가세가 완연했고 환율 수혜까지 입으면서 IT전자와 자동차가 주도주를 형성할 수 있었다.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라는 계기도 마련되면서 주가가 턴업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현재는 기업 어닝 증가보다는 감소 여부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등장하고 있다. 물가 문제는 매달 새로울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물론 연저점(1537)에서 연고점(1901)까지 상승폭의 50% 되돌림 레벨이자 360일 이평선이 일치하는 1720선이 지지되는 한 기대를 접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가가 더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유가 및 물가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1900이나 2000을 거론하는 게 비상식적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1537∼1901의 연중 등락폭 범위를 뚫는 확실한 모멘텀이 보이기 전에는 기대도 실망도 접고 관망하면서 사태를 주시하는 게 나은 방법인지 모른다.

삼성전자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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