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명박산성', 찬반양론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8.06.1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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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참석한 인원이 5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경찰이 설치한 컨테이너 차단벽에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10일 오전 시위대와 전경들의 충돌을 막기 위해 서울 세종로 사거리 광화문 방면과 적선로터리 효자동, 동십자각 등 청와대로 향하는 도로 3곳에 대형 컨테이너 60대로 차단벽을 설치했다.



시민들 대다수는 경찰의 컨테이너 설치를 비난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정부가 귀를 막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반영된 '상징물'에 다름없다는 것이다. 컨테이너에는 '2008 서울의 랜드마크 명박산성'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을 정도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심장에 철의 장벽이 세워졌다. 너무 높아 오를 수 없다"라고 토로했다.



한 시민은 “대통령이 무언가 착각하고 있다. 국민의 뜻을 컨테이너로 막지 말고 당당히 나와 시민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민은 "컨테이너를 해체하지 말고, 광화문 거리에 영구 설치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컨테이너 차단벽 때문에 출근에 불편을 겪은 광화문 인근의 직장인들도 불만이 컸다.


하지만 시위현장에서는 컨테이너 차단벽 때문에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없었다며 긍정적인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시위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컨테이너 벽이 흉물스럽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민과 경찰의 접촉을 막아 불상사를 막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촛불시위 자체가 국민들의 뜻을 알리려는 행동 인만큼, 청와대로 무리하게 행렬을 이어갈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기보다 차단벽을 세운 것이 차라리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한 때 스티로폼을 쌓아 경찰의 컨테이너 차단벽을 넘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비폭력을 외치며 반대한 탓에 중단됐다. 대통령은 컨테이너 때문에 욕을 먹었지만, 경찰은 청와대를 향하는 시위대를 방어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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