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전망]버냉키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6.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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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미연준(FRB) 의장이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통화 컨퍼런스에서 위성을 통해 미국 경제에 대해 연설한다. 시간은 오전 9시(워싱턴 현지시간)다.

S&P의 월가 투자은행 신용등급 하향에 한방 얻어맞은 투자자들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버냉키 의장의 입에 온신경을 쏟을 수 밖에 없다.



버냉키 의장이 대중들에게 미국 경제에 연설하는 것은 두 달만이다. 두 달 전 모임 이후 연준 관료들은 "인플레이션이 약화되고 있고 성장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론을 피력했다.

그러나 유가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최근 두달 사이 유가는 13%나 뛰었다. 한때 배럴당 135달러마저 넘는 괴력을 뿜어낸 것이다.



이날 버냉키 의장의 연설 역시 유가 급등에 따른 미국의 물가와 경제 성장 영향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짚었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유가 급등에 따라 인플레와 성장을 보는 연준의 낙관론이 대거 후퇴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이 금리인하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금리 인상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마지못해 연준은 금리를 동결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다음 금리결정 회의는 오는 25일 열린다.

리먼 브러더스의 에단 해리스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손'이 고유가에 묶이는 것은 경제에 매우 좋지않은 일이다. 경제를 둘러싼 위험이 많은데, 연준은 물가 때문에 부양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가 급등의 영향을 무겁게 진단하게될 버냉키는 이후 장-끌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일본은행(BOJ)의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 등과의 패널에 참가한다.

유럽, 일본 역시 고유가라는 쉽지않은 난제에 부딪힌 상황에서 이들이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 지 관심이다.



S&P의 투자은행 등급 하향은 돌출했지만 새로운 악재가 아니다. 물론 투자은행들의 영업 비용이 조금 늘고, 이들의 사기가 저하돼 이전과 같은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S&P를 비롯한 신평사들이 이제까지 투자은행들의 등급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부채담보부증권(CDO)을 비롯한 여러 구조화상품을 엄청나게 높은 가격에 발행해 투자자 및 자신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쳐 만신창이가 된 투자은행들은 오래전 등급이 떨어졌어야했다. 투자은행 뿐 아니라 신평사의 신뢰도는 땅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다. 둘은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는 것을 좀더 많이 그리고 강하게 보여줘야할 때다.

이날 5월 자동차 판매가 발표된다. 고유가에 멍든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총 판매대수가 전달 1440만대에 이어 이달에는 1460만대로 조금 증가한 것으로 전문가 조사를 토대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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