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 사무라이債 시장에서 '왕따'

더벨 이윤정 기자 2008.05.2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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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에 인색한 日 투자자...일부 은행들 하반기로 발행 연기

이 기사는 05월25일(14:3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서브 프라임 사태 이후 전세계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으로 떠오른 일본에서 한국 은행과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국내 업체들이 소외당하고 있는 것이다.



2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4월말까지 발행된 사무라이채권은 약 1조140억엔에 달한다. 지난해 총 발행액 2조2488억엔의 거의 절반이 넉달만에 발행될 정도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사무라이채권 시장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이후다. 메이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신용경색 현상이 확산되면서 달러표시나 유로표시 채권발행이 어려워지자 사무라이 채권 시장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에게는 사무라이채권 시장의 급성장이 남의 얘기일 뿐이다.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하려는 은행과 기업들의 일본행이 줄을 이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올해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한 국내기업은 LS전선과 국민은행, 현대 캐피탈 단 3곳 뿐. 발행 금액도 814억엔으로 작년 같은 기간 발행 금액의 28% 수준, 올해 총 사무라이채권 발행금액의 11%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전반적인 경쟁 심화가 국내기업들의 발행을 부진하게 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 등 해외 우량 은행들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투자가 적은 호주계 은행들의 발행 증가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국내 기업들은 일본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일부 투자자들의 불신도 사무라이채권 발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회사의 해외채권 발행담당자는 "지난달 23일 수출입은행이 금리조건과 금액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막판에 전격 취소하면서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계획했던 일부 은행들은 채권 발행을 하반기로 연기한 상태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3월에 일본으로 넌딜 로드쇼를 다녀왔다. 국민은행이 사무라이채권을 발행하면 그 뒤를 이어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판단,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우리은행도 사무라이 채권 발행을 준비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당장 발행하기 보다는 시장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본다는 입장.

국제금융센터는 사무라이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현재 사무라이채권시장에서 한국계의 발행여건이 즉각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엔화 자금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그는 "채권 발행보다는 폭넓은 기업설명회(IR)을 통해 일본 투자자들과의 관계 형성에 주력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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