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는 우리의 생존문제

김영호 재정전략연구원장 2008.06.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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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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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자에 미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와 맞물려 한-미 FTA가 시중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국내 여론을 무기 삼아 최대한의 협상력을 발휘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면서 개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광우병을 정치문제화 하여 이를 구실로 한-미 FTA 비준까지 저지하거나 지연시키려 한다면 당대는 물론이요 후대에도 크나큰 과오를 범하는 일이다. 구한말 문을 굳게 닫은 채 국제정세를 외면하다 비슷한 시기에 문호를 개방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과오를 되풀이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며 전 세계 총생산액(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며 세계 경제로 진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뚫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다른 나라들에게 이 거대한 시장을 뺏길 수밖에 없다. 미국을 위시한 해외시장을 다른 나라에게 뺏기게 되면 천연자원도 없는 좁은 국토에다 국내시장도 작은 우리 경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고 다른 나라나 지역과 FTA를 맺는 것은 그 효과도 그리 크지 않을 뿐 더러 이들 국가나 지역과 추진할 FTA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렵다. 이는 한-미 FTA 체결 이후 일본, 호주 그리고 EU 등이 우리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국내적으로 고령화-저출산 현상은 단순히 인구 감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소비 감소로 내수시장의 규모를 위축시키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시장 마저 FTA 비준을 미루다가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에 잃게 되면 우리 기업의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일자리 상실과 불황 이 초래되는 등 그야말로 한국경제에 '딥 임팩트(Deep Impact)'가 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점유한 해외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경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FTA는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이다. 또 축소되는 국내시장을 보충해 일자리를 지키고 지속적인 국가 성장을 위해서라도 중차대한 국가대사가 아닐 수 없다.


한-미 FTA와 관련해 경쟁 및 노동강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지만 생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될 수 없다. 노동강도나 경쟁은 분명 더 심해질 것이지만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며 치열한 국가간의 경쟁을 고려할때 우리와 후대의 생존 및 번영을 위해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미국에 시장을 잃는다는 주장은 타당성도 없을 뿐 더러 패배주의적인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이 주장이 옳다면 1960년대 이래 우리 한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를 추구해 오면서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누리고 교역규모도 계속 증가해 온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농업과 금융산업 및 교육, 의료 등 서비스업은 미국이 우위에 있고 이들 산업의 국내시장 잠식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FTA를 체결하지 않는다면 당장은 달지 모르지만 결국 이들 산업 자체도 미래가 없다. 필자는 농업과 서비스업도 오히려 개방을 함으로써 고통을 견뎌내면 자동차, 반도체, 핸드폰 등 지금의 수출 주도산업과 같은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방이 번영을 보장해 주지는 않지만 폐쇄는 빈곤을 초래한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다. 잃는 것에만 집착한 나머지 더 크게 얻을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자.

정부는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준비와 여론 수렵 및 홍보 정치권의 협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하겠지만 우리 국민과 야권도 정부의 잘못이 있다고 해서 '이를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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