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금속노조와 교섭 불참 입장 고수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8.05.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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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참→참여 검토→불참'으로 최종 결론

지난 16일 금속노조와의 중앙교섭과 대각선 교섭에 불참을 선언했던 현대자동차가 22일로 예정된 대각선 교섭에 참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협상장에 나가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1일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안이 개별 회사 수준에서 수용하기 힘든 내용이 많아 중앙교섭과 대각선교섭에 참여하지 않는 게 기본방침"이라며 "대화가 아예 단절될 수 있음을 고려해 22일 대각선 교섭 참가를 검토했지만 불참하기로 결론 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대각선 교섭 참가를 검토했던 것에 대해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안을 가지고 협상에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섭장에서 금속노조 대표를 만나 중앙교섭안 중 개별기업이 수용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16일 금속노조의 단체교섭 요구에 대해 "부득이 응할 수 없는 상황"임을 밝힌 공문을 발송하면서 중앙교섭요구안 중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개별기업 차원에서 들어줄 수 없는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가 선결돼야 협상장에 나갈 것이라고 밝혔었다.



현대차가 협상 참가를 잠시나마 검토했던 것은 금속노조가 완성차 업체들이 중앙교섭과 대각선 교섭을 계속 거부할 경우 다음달 16일 쟁의신고를 낸 뒤 같은 달 말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교섭 불참을 선언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현대차가 금속노조와의 대각선 교섭에 나가는 것을 검토했다는 사실을 놓고 또다시 현대차가 노조에 질질 끌려 다니던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완성차 4사가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안을 가지고 협상할 수 없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는데 업계 좌장격인 현대차가 협상장에 나가면 다른 회사들도 모두 협상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협상장에 나가는 것 자체가 굴복"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16일 참고자료를 통해 "현대차 조합원의 근로조건과 무관한 내용, 임금인상을 중앙과 지부에서 중복해 다루는 이중교섭 문제 등이 사전에 해결되지 않고 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던 것처럼 금속노조의 요구안 수정이 전제된 뒤 대화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

선결돼야 할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고 노사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금속노조의 요구안을 수정할 것을 요청하기 위해" 대각선 교섭 협상장에 나갈 경우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형식상' 금속노조의 대각선 교섭에 참여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고 개별 회사가 받아 들일 수 없는 요구안을 내놓고 파업카드 까지 꺼내 든 금속노조에 대해 사측이 무한정 대화 없이 대치 상태를 지속할 수도 없다. 현대차가 대각섭 교섭 참여를 놓고 '불참->참여 검토->불참'으로 오락가락한 것 역시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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