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대우조선 단독매각 문제없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8.05.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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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매각자문사 선정에 '고육책'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32,750원 ▲1,150 +3.64%)을 단독으로 매각키로 한 것은 불필요한 잡음을 사전에 제거해 매각작업 속도를 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대우조선 매각은 산은의 조기 민영화 방침과 맞물린 것으로 더 이상 주간사 선정 문제로 발목을 잡힐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잘못 끼운 첫 단추=산은은 지난달 21일 매각자문 우선협상자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했다. "업무처리 능력과 자문 수수료 항목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지만, 파열음이 잇따랐다. 국내 증권사 홀대 여론이 비등했고, 골드만삭스가 정부 고위층과 연계돼 있다는 악성 소문도 떠돌았다.



결정적으로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졌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해부터 중국 조선업체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진 것. 골드만삭스가 자문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투자하거나, 중국 경쟁업체에 군사기밀을 흘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대우조선해양의 기술이 주로 방위산업에 집중된 탓이다.

산은은 처음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며 버티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태도를 바꿨다. 골드만삭스에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배상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넣을 것을 요구하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골드만삭스는 무리한 요구라며 이를 거부했고, 결국 지난 18일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산은은 매각작업에 급급해 자문계약을 서두룬 탓에 자문사의 투자업체 등에 대한 검토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어쩔 수 없는 고육책=산은은 당초 차순위 후보를 대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추가 제안서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매각 주간사 선정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차순위인 안진회계법인은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보자인 두산과 한화와 자문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안진회계법인이 대안이 못되자 산은은 고심에 빠졌다. 골드만삭스에 요구한 이해상충 발생시 배상책임 조항을 다른 글로벌 투자은행(IB)에게 제시하기도 어려웠다. 사실 산은의 요구를 받아들일 만한 곳도 없었다.


그렇다고 국내 증권사에 맡길 경우 또 다른 특혜 논란이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사면초과에 빠진 산은은 결국 자신들의 '인수·합병(M&A)실'을 단독 매각자문사로 삼아 작업을 진행키로 했다. 여러 잡음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고육책을 택한 셈이다.

◇문제는 없나=산은이 내놓은 매물에 대한 매각자문업무를 산은이 수행하는 형태가 되버렸다. 당장 매각작업의 투명성 결여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문사는 인수후보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기준을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골드만삭스를 공동주간사로 선정한 것도 대외적으로 투명하게 매각을 진행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산은과 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우조선해양의 이해당사자다. 인수 후보 기업들인 포스코 (375,000원 ▼500 -0.13%) 한화 (29,650원 ▲250 +0.85%) 두산 GS 등의 여신 뿐 아니라 계열사의 지분도 갖고 있다.
공정한 자문이 이뤄지겠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산은 계열사인 대우증권은 대우조선을 리서치 커버리지에 넣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이해상충 대상인 산은이 만든 인수후보 평가기준을 인수 후보 기업들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은은 외국계 IB가 자기 보유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며 자문사 역할을 맡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는 입장이다. 이미 법률적 검토를 거쳤고, 이해상충 등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을 만큼 내부 방화벽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김영기 산은 이사는 "입찰 제안서를 받으면 가격은 물론 비가격적 평가 요소를 정할 때 산은·캠코 뿐 아니라 외부 인사를 포함시켜 투명성과 공정성 우려를 없앨 방침"이라며 "대우증권에도 대우조선을 리서치 커버리지에서 빼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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