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30만 배럴' 생색..체면구긴 부시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5.17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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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이정도면 충분", 시장 영향 미미..애널"150만배럴은 돼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 석유 증산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인사치레'수준의 증산 언급을 받는데 그쳤다.
올들어서만 두번째 압둘라 국왕을 만난 부시대통령으로선 체면이 구겨진 셈이다.

16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다음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30만배럴 증산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아라비아 석유장관인 알리 알 나이미는 이날 리야드에서 사우디를 방문중인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과 압둘라 사우디 국왕과의 회견이 끝난뒤 이같이 밝혔다.
나이미 장관은 "지난 10일 미국을 포함한 세계 50여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으며 이에 따라 6월 사우디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945만배럴로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증산 결정은 부시-압둘라 회견 이전에 이뤄진 것이며 회담이후 추가로 증산계획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나이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30만배럴 증산 계획을 밝히며 "이정도 증산이면 충분하며 수급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석유생산량과 정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뭘 얼마나 더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사우디 아라비아 관리들은 이날 스티븐 하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에세 "증산 조치는 고객들의 요청이 있어야만 이뤄지며 현재로서는 그같은 요청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했다.

하들리 보좌관은 "사우디가 기존 생산량으로 감당못할만큼의 원유를 구매하기를 원하는 고객들은 없다"며 "사우디는 자신들이 할만큼 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자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액세스의 애널리스트 버나드 피치는 "30만배럴의 증산은 '성의표시'에 그치는 분량이며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면 사우디가 하루에 100만-150만배럴 정도는 증산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가격은 사우디의 증산 소식에도 불구하고 장중 배럴당 128달러에 육박, 사상 최고가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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