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입소문을 타고 전파되던 이 동영상은 급기야 컴팩트디스크(CD)로 구워져서 손에서 손으로 빠르게 퍼졌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속도는 지금보다 훨씬 느려서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내려받는데 한계가 있었다. CD로 재유통된 것은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빨간 마후라'가 온나라로 번져갈 즈음,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의 추적끝에 잡힌 동영상 주인공들은 예상대로 '10대'였다. 갓 15세 정도의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음란비디오를 보고 호기심에 따라했을 뿐"이라고. 자신들의 동영상이 이렇게까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지 전혀 예상못한듯,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이 사건보다 더 '기가 막히게'하는 것은 사이버공간에서 버젓이 나돌아 다니는 청소년들의 음란 동영상들이다. 청소년들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자기과시 차원을 넘어 '돈벌이' 수단으로 음란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통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됐을까. 청소년들의 자작 음란물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부모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음란물에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을 드러낸 아이들이 10년 후에도 자신들의 동영상이 여전히 사이버공간에서 떠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때는 이미 후회해도 늦다는 사실을 이 아이들은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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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음란사이트를 100% 차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도 나름대로 사이트를 찾아 차단하는 방식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단속에 걸리면 인터넷주소를 바꿔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음란사이트를 100%로 차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교육당국이나 학교, 학부모 그 누구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언론에서 떠들면 그때서야 허둥지둥 뒷수습하기 바쁜 교육당국이고, 학교다. '내 아이는 안그렇겠지'하는 학부모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다.
몸이 건강해야 병에도 강한 법이다. 경쟁에 갇혀 숨막혀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性)에 대한 가치관을 교육하는 것이 '0교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