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미국에서 인기 있던 ‘몬티홀 쇼’(Monty Hall Show)라는 TV 프로그램 얘기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단순히 출연자의 행운을 시험하는 데 있지 않았다. 소가 있는 문을 뺀 나머지 두개 가운데 하나를 출연자가 골랐다고 치자. 모두가 원하는 차가 있거나 아니면 아무 것도 없는 경우다. 이때 진행자는 소가 들어 있는 문을 열어 보여준다. 그리고 얄궂게도 당초의 선택을 바꿀 것인가를 묻는다. 당신이 출연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처음 고른 문을 고집할까? 자기 합리화 때문이라는 것이 심리학계의 설명이다. 소가 있는 문이 공개되고 나면 사람들은 일단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판단한다. 적어도 소가 있는 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차를 골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잘못 판단하게 된다. 오늘날 이 문제는 사람들이 불확실성에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대응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거론된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할 일은 두가지다. 우선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 세개의 문 가운데 하나를 여는 순간 옳은 선택을 할 가능성은 한결 높아진다. 따라서 가능하면 두개의 문을 다 열어 젖혀야 한다. 그럼 선택은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어떻게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까? 가능한 경제 시나리오가 자신의 자산에 미칠 영향을 분명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둘째 과거에 근거한 무조건적인 고집도 버려야 한다. 대신 새로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정세로 돌아선 주식시장이 계속 뛸 것이라고 믿어선 안 된다. 부동산은 무조건 다시 뛴다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빚까지 얻어가면서 재테크에 올인 할 때가 아니다. 신중하게 경제 상황을 지켜보면서 운신해야 한다.
나라 전체로도 그렇다.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당초의 성장률 목표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대운하 건설 같은 정책을 무조건 고수해서도 곤란하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의 방향은 정반대다.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동시에 당초의 판단만 고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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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경제에서 보이지 않는 적이다. 그리고 지금 경제활동을 하는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적은 불확실성이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합리적 판단이다. 보이지 않는 적이라던 월맹군과 싸웠던 미국을 생각해보자. 전투에서 매번 이겨놓고도 전체 전쟁에서는 결국 패하고 말았다. 큰그림을 보지 못해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