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마늘값 질타'··인위적 물가관리 부활?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5.01 15:38
글자크기
1980년대 경제기획원 물가국이 물가상승률을 3%대로 붙들어 매고 있던 시절. 난데없이 배추 값이 폭등했다. 물가국 직원들이 이유를 알아본 결과, 주요 배추 산지에서 농협조합장 선거가 치러지는 바람에 일꾼들이 선거에 동원돼 배추 수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 윗분들이 상황을 이해해 줄 리 없었다. 결국 물가국 직원들이 예비군복을 입고 배추 산지로 달려가 직접 배추를 뽑았다. 그나마 거둬올린 배추도 유통상인들의 텃새로 시장에서 팔지 못했다. 끝내 물가국 직원들이 트럭을 빌려 동네마다 다니면서 확성기를 들고 배추를 팔았던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이밖에도 기획원 물가국이 '초코파이' 값을 20년 동안 100원으로 묶고 200원짜리 아이스바 '비비빅'을 생산토록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2008년에도 벌어질지 모르겠다. 이번엔 '깐마늘'이 문제가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신문을 보니 깐마늘 값이 40몇% 올랐다고 돼 있더라"면서 "값이 왜 올랐는 지 알아보고 수입을 해서 풀든 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실무 비서진들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마늘 값은 전월 대비 3.8% 올랐다. 40%까지는 아니어도 전체 소비자물가가 전월비 0.6% 오른 데 비해 높은 상승률이었다.

이 대통령은 또 "52개 생필품 품목의 물가를 관리한다고 발표만 해 놓고 그냥 넘어가도 되느냐"며 "그냥 한다고 얘기만 하고 관리는 안 하느냐"고 했다. 52개 집중관리 품목을 발표하는 것으로 심리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을 넘어 물리적으로도 관리를 하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52개 집중관리 대상 생필품 가운데 41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올랐다. 5개 품목은 가격이 유지됐고 6개 품목은 떨어졌다.

문제는 체감도가 큰 품목들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밀가루 값은 무려 64%나 뛰었다. 파는 69%, 배추와 무는 각각 42%, 30%씩 올랐다. 경유와 등유 가격은 각각 30%, 31% 뛰었고 라면과 자장면 값도 각각 15%, 14%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는 작년 대비 4.1% 치솟으며 3년8개월 만에 처음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옳건 그르건, 대통령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만큼 앞으로는 70∼80년대식 인위적인 물가관리 정책이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인위적인 가격 통제는 해서도 안 되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상황이 예전같지 않다.

이 대통령이 다시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정책조합(Policy-mix)에도 모순이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올해 6%에 가까운 성장률 달성을 위해 금리인하 유도와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을 추진 중이다.

최근의 물가상승을 '비용인상(Cost-push) 인플레이션'으로 보더라도 금리인하와 재정투입의 '수요견인'(Demand-pull)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