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개미가 믿는 구석은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2008.04.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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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강한 순매수, 외인은 달러매수 '반대행보'

코스피지수가 0.26% 하락했다. 뉴욕증시 3대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것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진단이다. 전날도 그랬다. 지난주말 미증시가 2%대 급락세를 보였지만 코스피지수는 1.85% 떨어지는 데 그쳤다.

경기선인 120일 이평선 돌파에 실패한 상황에서 미증시가 밑으로 방향을 잡았음에도 낙폭이 제한적인 것은 개인의 힘이 컸기 때문이다.



15일 개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280억원을 순매수했다. 투신권의 833억원 순매수를 포함, 기관이 985억원을 순매수했고 기타법인이 520억원을 순매수한 것에 비해 월등하게 많은 금액을 순매수했다. 개인은 전날에도 3108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5일간 누적순매수 규모가 9320억원에 이른다.

외국인이 지난 나흘간 1조430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면서 외국인 매물을 받아냄과 동시에 주가 급락을 막아냈다. 때문에 코스피가 미증시와 방향성까지 달라진 디커플링은 아니었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장세가 지속됐다.



이처럼 개인과 외국인의 매매행태가 다른 것은 장세를 판단하는 시각차가 다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개인은 국내 기업체의 양호한 실적을 믿으면서 최악의 상황은 지난 3월에 끝났다는 판단하에 이번 주가 하락을 주식 매집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반면 뉴욕증시와 미국 경기에 좌우되는 외국인은 개인이 매수하는 시점을 차익실현 기회로 여기고 한국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개인과 외국인의 시각이 전혀 다른데 과연 개인이 매수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증권이 꼬리를 내리는 마당에 만일 미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개인 혼자서 시장을 떠받칠 수 없다는 건 확실한 일이다. 지난 6일간 60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섰던 증권은 이날 313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장중 1500계약 가까이 늘리던 지수선물 순매수 규모도 539계약까지 낮췄다.


주식펀드 환매에 봉착한 투신권(자산운용사)이 주식 매수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과 쌍두마차를 이끌기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동안 시장을 이끌던 주도주에도 변화의 모습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63,200원 ▲600 +0.96%)가 2.95%, 하이닉스 (163,500원 ▲1,500 +0.93%)가 3.63%, 현대차 (253,000원 ▲4,000 +1.61%)가 1.83% 하락했다. 은행업종에서는 국민은행 (0원 %)우리금융 (11,900원 0.0%)이 상승했지만 신한지주 (56,400원 ▲600 +1.08%)를 이끌지 못하는 묵은 M&A 재료에 근거한 상승이었다.



실적발표를 하루 앞두고 있는 LG전자 (113,500원 ▲2,600 +2.34%)도 2.56% 하락했다. 실적발표 전후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전철을 밟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986.9원으로 7.2원 오르며 4월 최고 종가를 기록했다. 투신권이 1000원대에서 매수했던 달러를 처분한 영향으로 지난주까지 970원선을 바닥으로 횡보하다가 모처럼 상승세가 재개됐다.

외국계은행의 외환딜러는 "역외매수가 이날 환율 급등의 배후"라고 말했다. 그동안 주식순매도분에 대한 송금에 나섰거나 증시 불안을 이유로 다시 환율상승에 베팅하는 것일 수 있다.



지난해 10월처럼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해도 주가를 올릴 정도로 국내 수급이 좋다면 미증시나 환율 어떠한 것도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3월말 기준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의 시가총액 비중 점유비율이 30%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점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보유지분이 한국주식시장 투자에서 순수하게 남기고 있는 수익이라는 주장(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다.
이는 코스피 전체 시총(884조원)의 30%인 254조원을 헐값에 다 팔고 떠나도 외국인은 전혀 밑질 게 없다는 뜻이 된다.

이같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받아낼 힘이 있다면 모를까 외국인에 맞서는 것은 기름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들거나 아니면 미국 증시 동향을 정확히 맞혀서 외국인의 등을 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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