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재판과정은 2년여에 걸쳐 계속 이어졌다. "구속만은 피해달라"는 각계의 호소가 이어졌지만 결국 구속됐고, "집행유예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몸으로 경영에 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1심은 실형을 선고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계동 현대빌딩 앞에서 열린 '2012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현판식에 참석했다. 오후에 대법원의 상고심이 예정돼 있었지만 평소와 다름 없는 행보를 보였다.정 회장을 수행한 현대·기아차의 주요 관계자들의 표정에도 별다른 동요는 없었다.
그러나 막상 "원심의 사회봉사 명령은 위법이고, 집행유예는 잘못됐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례적인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내부적으로는 초비상이 걸렸다.
현대기아차는 내심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끝으로 기나긴 법정공방을 마무리하고 정 회장이 적당한 시기에 사면 등을 받아 자유로운 활동에 나서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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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회장은 다시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당장 신변에 제약이 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의 시선이나 심리적 위축 등으로 인해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고유가와 원자재난, 해외 생산기지 확충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또다시 재판에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대법원이 집행유예보다는 사회봉사명령의 법률적 하자에 더 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항소심이 다시 열린다고 해도 실형이 선고되는 등의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결국 현대차가 그토록 원해 왔던 'MK 리더십'의 완전한 회복은 또다시 재판부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