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이 살아나고 있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2008.04.11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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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서브프라임 손실로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될 수도 있다는 악평을 받았던 리먼 브러더스가 새로운 금융공학 기법을 이용해 연준(FRB)으로부터 유동성을 조달하는데 성공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리먼은 28억달러의 대출 자산을 ‘프리덤’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유동화전문회사로 이동시켰다. 대부분 이번 신용경색으로 유동화조차 되지 않는 악성 자산이었다. 프리덤은 이를 바탕으로 대출담보부증권(CLO)을 발행했다.



이중 22억6000만달러어치의 증권이 무디스와 S&P로부터 투자등급을 부여받았다. 리먼은 이를 연준(FRB) '프라이머리 딜러 신용창구(PDCF)'의 담보로 제공하고 저금리의 단기자금을 대출받았다.

PDCF는 하루짜리 대출 창구로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조건에 맞는 담보를 제공하면 자금을 제공받을 수 있다. 연준의 재할인 창구를 이용할 수 있는 상업은행뿐 아니라 투자은행들도 프라이머리 딜러로 참여할 수 있다.



리먼은 결국 팔리지도 않는 자산을 이용해 중앙은행으로부터 피같은 돈을 수혈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금융공학과 함께 투자등급의 채권을 담보로 인정하는 연준의 새로운 유동성 공급 조치가 효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쉽게 팔 수도 없고 그나마 투자자가 있는 자산은 헐값에 매각해야하는 상황에 몰린 리먼으로서는 구세주를 만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리먼의 사례는 이번 신용경색에 하나둘 희망이 보이기 시작하는 증거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월가 은행들의 수익기반이자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의 혈관과도 같은 금융공학이 건재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했다. 시장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다.


채권 투자 전략 회사인 템퍼스 어드바이저의 에드 그레벡 대표는 “금융공학을 통한 채권 발행과 이에따른 신용등급 평가에 대한 불신이 이번 금융시장 위기의 핵심이었다”며 “리먼의 자금조달은 하나의 충격이다. 다른 투자은행들도 새로운 금융공학을 통해 투자등급의 채권을 발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간스탠리는 이미 지난달 CLO를 통해 대규모 자산을 유동화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경색 기세가 한풀 꺾이면서 CLO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을 통한 부실 자산 유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12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 론 및 채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하고 협상중이다.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이들 채권을 액면가의 90% 수준에 팔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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