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가능성 인정한 한은

더벨 정성민 기자 2008.04.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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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우려 완화..."금리인하 시그널 나왔다"

이 기사는 04월10일(14:5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나온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은 지난 3월과 크게 달라졌다. 비용측면 인플레에 기대 인플레까지 언급하며 물가에 대한 발언 수위를 한 껏 높였던 지난달 금통위를 떠올린다면 입장이 180도 이상 바뀐 것이다.



특히 한은이 경기둔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역력해 졌다. 한은총재 입에서 처음으로 "예상했던 경기전망보다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그 동안 경기 상승기조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던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에서도 상승기조 주춤이라는 새로운 표현이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금리인하를 기대하며 달려온 채권시장이 옳은 판단을 한 셈이다. 직접적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할 만한 언급들이 이어졌다.



3월 금통위에서의 물가는 우려 어디갔나?

한은총재는 지난달과 다르게 기자간담회에서 기대인플레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3월 높았던 물가는 1분기라는 계절적 요인상 개인서비스가 높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비용에서 발생한 인플레가 기대인플레로 이어지고 이를 통화당국은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스텐스에서 한발 물러선 뉘앙스의 발언들이 이어졌다.


한은총재는 "몇 달전 예상했던 것보다 물가는 높은 수준이 될 것 같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연말쯤 가서는 물가가 많이 내려와서 최소한 3.5% 목표 밑에 머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은의 물가관리목표 상단을 4개월 연속 넘어선 것보다 향후 관리 목표 수준 안으로 물가가 들어온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는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은 총재는 최근 경기 상황에 대해서도 "경기 상승세가 좀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 잠시 주춤하다가 도로 올라가는 거냐 둔화현상이 길어지느냐 이런 점에서는 미묘한 시점인 것 만은 맞다"고 말했다.

최근 한은 총재 발언 어디에도 몇달간 견조한 경기를 강조했던 자신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정책 운영"

기자간담회 마지막 질문인 MB 노믹스에 대한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여당의 과반수 획득에 따른 MB 노믹스 가속과 수요측 인플레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이총재는 "한국은행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을 도모하는게 설립목적이고 임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적합한 정책이냐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항들이 한국은행이 해 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냥 받아야 하는 것도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적절한 것을 찾아 가는 것이 임무다"고 덧붙였다.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최근 놓여진 정황으로 보면 정부의 성장 중심적 입장을 수용한다고도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강조해왔던 한은이 굳이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한은 총재는 "우리는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물론 마지막에 국제금융시장 불안이라는 불가항력의 변수를 언급했지만 MB 노믹스와 관련된 질문의 성격상 여기서 '주어진 환경'이라는 것도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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