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이한 총선

머니투데이 이새누리 기자 2008.04.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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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이한 총선


"그런데 친박연대가 정당 이름이야?"

 평소에 정치의 '정'자도 관심 없던 한 친구가 어느날 느닷없이 물었다. 집에 날아온 선거 공보물을 보고 '이게 진짜 당 이름이야?'란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 당 이름이야"라고 대답하자 그는 "참 기이하다"고 평했다.

 친박연대는 이번 18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다. 지난해 경선 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도왔다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만든 정당이다. '친박근혜'를 표방해 친박연대다. 하지만 정작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소속이다.



 그러다 보니 친박연대의 주장도 이름만큼이나 기묘했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대항마를 자처하며 대구 서구에 출마한 홍사덕 친박연대 선거대책위원장은 "문을 치고서라도 (한나라당에) 들어가겠다"며 복당 의지를 불태웠다. .

 동시에 "한나라당이 168석 이상을 얻으면 정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서 한나라당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아쉽게도 박 전 대표가 "나도 속았다. 국민도 속았다"고 말한 다음날 강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바람에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최대 빅매치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슈 없는 이번 총선의 최고 '코미디'를 놓쳤다.

 기자는 이번 총선 내내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친박연대 등 '친박근혜계'를 취재했다. 옆에서 지켜보며 박 전 대표에 대해선 측은지심이 들기도 했지만 친박연대에 대해선 배반의 아픔은 이해할지언정 정치를 모르는 친구의 말 대로 '기이하다'는 느낌 뿐이다.

 이런 재미있고 기이한 이번 총선에서 투표율은 역대 최저다. 워낙 재미있고 기이하니 정치의 결정체인 선거를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일 보듯 팔짱 끼고 지켜보는 것으로 생각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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