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정치? 모르는 분야 나서면 안돼"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08.04.07 11:07
글자크기

[시골의사의 정치체험기-4]박경철 전 민주당 공천심사위원

시골의사 "정치? 모르는 분야 나서면 안돼"


#내 꿈은 '시민'

-왜 민주당 공천을 맡았나요.

▶제가 주식시장에서도 (비판적인) 말을 많이 하고, 그래서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과 사이가 안좋아요.(웃음)



나이 50살 넘으면 아호를 정하겠지만 저는 '시민'(市民)으로 하겠어요. 백성과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입니다. 백성은 수동적이고 기본적으로 열패감이 있죠. '에이 더러운 세상, 힘없는 백성이 뭘 하겠나' 하고.

하지만 시민은 누가 무슨 말을 했을 때 틀렸다고 생각되면 비판적 분석(critical analysis)을 해요. "그런가 보다"하는 게 백성이라면 "왜 그런데?" 하는 게 시민이죠. 그런데 혼자 그러고 말면 시민도 백성도 아니에요. 진짜 시민은 분석 뒤에 정견을 세워야 해요. 판단(judgement)이랄까. 공정한 관점(aspect)을 세우고, 그 정견을 실천할 용기를 가져야 해요.



공심위원 제안이 왔을 때 "먹고살기 바빠" 이건 백성 마인드고요. 망치를 들려주면 뛰어들어 망치질을 하는 게 진짜 시민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시민, 훌륭한 시민이 되고 싶습니다. 자본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그런 것이고..

한나라당에서 오라고 했다면 갔을 걸요. 다만 (민주당의 경우처럼) 공심위에 전권을 주고 위원장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고 해달라 했으면 했을 겁니다.

-정치적으로 민주당쪽과 맞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제 행적을 보면 다소 진보성향 아니냐고 얘길 하죠. 하지만 저는 의사고 병원을 하고 증권시장에 뛰어든 사람이고 자본주의의 수혜를 입은 사람입니다. 저보고 좌파라는 것은 말도 안돼요. 저같은 사람보고 진보라 하면 진보를 욕하는 겁니다. 다만 개혁주의자이죠. 이쪽(민주당)이 6번 마음에 들면 저쪽(한나라당)이 4번 마음에 드는 정도랄까요.

-공심위원 하느라 힘들지 않았나요.



▶하는 동안 자문위원 자리 4개가 없어졌어요. 어떤 곳에선 "우리 위원회는 정치적 중립때문에"라고 하더군요. 민간기업도 알아서 자르던데요. 바빠 죽겠는데 고맙긴 하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이런 문화구나' 하고 느꼈어요.

-정치는 안하나요.

▶공식 제안이 있었어요. 본의 아니게 국회의원들도 많이 알게 됐는데 하지만 이제부터 정당과 정치인과 관계는 거미줄만큼도 없는 겁니다.



첫째 어떤 일이나 적합한 인간형이 있어요. 예를 들어 사이코패스가 의사를 하면 큰일 나겠죠. 성욕이 넘치는 분이 성직자를 해도 안되고요. 정치인은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죠. 저처럼 타협 안하는 사람이라면 정치에서 독이 됩니다. 분란의 요소가 되고.. 정치는 둘을 얻기 위해 하나를 내주는 것이고 시민은 끝까지 싸우는 것이죠. 저는 정치 할 자질이 없어요.

두번째로 잘 모르는 분야에 나서는 것 안좋아요. 제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없는 겁니다.

-'박재승 효과'란 말이 있었는데, '박경철 효과'는 없을까요.



▶국회 재정위나 행자위 지망하시는 분들께 펀드 쏠림현상, 우리나라 자산시장 불균형성, 시장감시 문제 등을 많이 얘기했어요. 의외로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많더군요. 올 9월 국정감사때 한 번 지켜보세요.

-일단 그 분들이 당선부터 돼야죠.

▶아, 그렇네요.(웃음)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