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결정" 베어 청문회, 버냉키 완승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8.04.0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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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일찌감치 불가피성 인정… 정치쇼 비판도

"당신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

JP모간의 베어스턴스 인수결정 등 금융시장 대책의 정당성을 따지기 위해 소집된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일찌감치 꼬리를 내렸다.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미 의원들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융지원에 따른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문제에서부터 베어스턴스 인수결정 과정의 세부사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질문에는 날이 서 있지 않았고, '전문가'들의 처방을 뒤집을 만한 대안제시도 없었다.



◇ 버냉키 "의회가 나서야"..의원들 "우리가 할일은 뭐죠?"

"옳은 결정" 베어 청문회, 버냉키 완승


이날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이어 이틀째 청문회에 참석한 벤 버냉키 FRB의장(사진)은 결정이 정당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한번도 굽히지 않았다.
그는 한걸음 나아가 베어스턴스 사태 충격 확산을 막기 위해 베어스턴스에 긴급 지원된 자금의 대출 기간을 연장할 의지도 있다고 전했다.



버냉키의장은 "여타 경제 분야의 상황이 최근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과 달리 금융시장은 여전히 의미 있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개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특히 금융시장 불안과 부동산 시장 위축, 경기 후퇴 우려 등이 부동산 매매와 고용 등 실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에 이어 '의회가 입법을 통해 신속히 나서야 한다'며 의원들을 은근히 추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의원은 벤 버냉키 의장에 대해 "의회가 해야 한다고 하는데, 당신이 전문가이면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어떻게 하나"라고 힐책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의원들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입법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달라"며 한수 접고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 "시간은 48시간 밖에 없었다"..현실 인정


인수 가격을 누가 결정했는지, 연준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실질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는지 등 구체적인 질문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질문의 대다수는 광범위한 거시정책 원칙과 부작용에 맞춰졌고 '연준이 제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았다.

연준이 '주당2달러'라는 인수가격을 사실상 결정하고 JP모간과 베어스턴스의 팔목을 비틀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대해 로버트 스틸 재무부 차관은 "'높은 가격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발언, 사실상 가격결정에 영향을 행사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협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단언코 가격을 제시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그는 연준의 대책이 도덕적 해이 등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데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시장 개입이 없었을 경우 납세자와 경제전체에 미칠 영향이 더욱 컸다는 논리를 펴 의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연준이 사실상 막후 역할을 했다는 점을 알고 있는 의원들 역시 긴박했던 상황을 인정할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 더이상의 추궁은 이어지지 않았다.

다이먼 회장은 증언을 마친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는 (토,일요일)48시간 밖에 없었다. 연준이 요청해서 베어스턴스 인수에 나섰으며 이로 인해 보다 광범위한 시장 충격을 막을 수 있었다"는 의회 증언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 베어스턴스 CEO "연준, 미리 돈 줬으면 합병 안됐을것"



베어스턴스 직원 주주들로부터 '가격 후려치기에 능한 냉혹한 사냥꾼'이라는 비판을 받은 JP모간의 제미 다이먼, 월가5위의 투자은행을 망가뜨린 주범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앨런 슈워츠 베어스턴스 회장 역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켓워치는 "두 사람 모두 신뢰를 줬으며 회사나 개인의 명예를 더 실추시키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평가했다.

증인들은 미리 답변자료를 준비한 탓에 논란이 될만한 점은 거의 제기되지 않았다.
다만 슈워츠 대표는 연준이 베어스턴스를 JP모간에 인수시키기 전에 재할인창구를 개방했다면 합병을 피할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 연준의 논리에 맞섰다.



가이트너 총재는 이에 대해 "베어스턴스가 자유롭게 자금을 쓸수 있게 했다 하더라도 사태가 악화되는걸 막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도드 위원장, 일찌감치 버냉키 옹호

상원 금융위원회 의장인 크리스 도드 의원은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결과론으로 그들을 비판할 생각이 없다"며 일련의 의회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찌감치 '베어스턴스 대책' 주역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는 "베어스턴스가 파산을 선언할 지경으로 방치했다면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시장의 붕괴를 맞게 됐을 것"이라며 버냉키 의장 등을 옹호했다.

미국의 주요 TV와 라디오들은 '사상 최악의 신용위기'를 다루는 청문회를 생중계하고 청문회를 마친 참석자들과의 인터뷰를 현장 생중계로 전하는 등 높은 관심을 표했다.

관심에 비해 결론은 일찌감치 싱겁게 끝났다.
애초부터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처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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