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vs 이창용, 두 천재의 격돌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08.04.0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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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한 경제-카스테라]

노회한 '천재 관료'와 경제학계의 '스마트보이'가 맞붙었다.

강만수(63)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아래 사진)과 이창용(48)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오른쪽 아래 사진) 얘기다. 쟁점은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

강만수 vs 이창용, 두 천재의 격돌


강 장관은 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합친 뒤 팔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메가뱅크' 방안을 지지한다. 반면 이 부위원장은 산업은행을 따로 팔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의견차는 지난달 31일 금융위의 이명박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이 부위원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안을 중심으로 세부안을 짜고 있다"고 보고했다. 인수위 안이라는 게 인수위 시절 이 부위원장이 주도해 마련한 산업은행 단독매각 방안이다.

강 장관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적어도 아시아에서 10대 은행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산업은행 민영화를 계기로 안 한다면 어렵다"고 했다. '메가뱅크' 방안까지 다시 포함시켜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짜라는 얘기다.



강만수 vs 이창용, 두 천재의 격돌
이 대통령은 "그 문제까지 포함해서 4월 중에 검토하자"고 했다. 이로써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 갔다.

이제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둘러싼 논쟁은 강 장관과 이 부위원장의 대결로 압축됐다. 강 장관은 정부 내 '메가뱅크' 진영의 선봉에 서 있다. 직급은 강 장관이 위다.
그러나 이 부위원장도 만만치 않다. 당장 산업은행 민영화의 칼자루는 금융위가 쥐고 있다. 곽승준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도 이 부위원장의 뒤를 받치고 있다.

강 장관과 이 부위원장, 관가와 학계에서 각각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인물 간의 대결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강 장관은 엘리트만 모였다는 옛 재무부에서도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직관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하버드 박사인 이 부위원장 역시 거시경제 학계에서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뒤를 이을 차세대 천재로 거론된다.


전공은 다르다. 강 장관은 서울대 법대, 이 부위원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강 장관의 160cm대 단구와 이 부위원장의 192cm 장신도 묘한 대조를 이룬다.

현실주의적인 관료들 가운데 대표적 '이상론자'인 강 장관과 이상론자로 가득 찬 교수 사회에서 '현실주의자'로 통했던 이 부위원장이 산업은행 민영화를 놓고 어떤 접점을 찾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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