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보유 현대建 지분 블록세일 불가

더벨 김민열 기자 2008.04.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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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M&A]②우리은행의 침묵...채권단 동의없인 독자 행동 불가능

이 기사는 03월31일(09:4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채권 은행들이 옛 주인인 범 현대家의 책임을 물어 매각을 계속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권교체로 현대건설 (30,600원 ▼350 -1.13%)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던 지난 2월14일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한 언론을 통해 현대건설 매각 의지를 공식화했다.

서울보증보험 대표 시절 손만 대면 고사 직전까지 갔던 기업도 보란 듯이 회생시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박 행장의 발언에 시장은 현대건설 매각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다.



수년째 현대건설 매각을 주장해온 외환은행측에 우리은행이 가세할 경우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운영위원회 소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힘을 얻은 외환은행도 기다렸다는 듯 주주협의회(3월6일)를 열고 일사천리로 매각절차를 공표했다. 3월중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뽑겠다는 것.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 같은 요구에 묵묵부답 이었다. 그러자 3월중 매각작업을 시작하겠다던 외환은행은 "추가협의가 필요해 4월 이후 M&A가 가능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당시 외환은행 관계자는 "과거처럼 안건을 자폭하듯 던지지 않고 3개 기관(외환, 우리, 산업) 합의 아래 모양 좋게 (현대건설 매각을)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년여를 기다려온 외환은행의 꿈은 또 다시 무너졌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선(先) 매각' 방침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얼떨결에 뒤통수를 맞은 외환은행은 "시장 기대를 뒤엎고 (산은이)대우조선해양 매각작업에 착수하면서 다시 현대건설 매각을 막으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도 "경영이 정상화된 기업을 은행이 오랫동안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결연한 매각 의지를 보였다.



외환은행이 격앙된 입장을 보이지만 정작 현대건설 매각에 불을 지핀 우리은행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해춘 행장도 시장에 한 마디 던진 후에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문제는)외환은행에 보조를 맞춰 빨리 처리할 일이 아니다"며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은행이 정부투자기관인 산업은행의 의사에 반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 같지는 않다.



M&A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매각을 놓고 산업은행과 외환은행간 기싸움으로 보는 것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정부 보유 매물의 매각시기는 전적으로 정부가 결정할 몫"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가 현대건설 보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먼저 졸업했지만 그동안 매각 순서를 기다려왔다는 것.

그렇다면 외환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동의가 없는 한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매각을 강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보유지분을 블록세일할 수도 없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은행의 동의를 받아야만 매각을 할 수 있다.

현대건설 지분 매각제한은 인수합병(M&A)이 완료될 때까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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